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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알맹이 빠진 기지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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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알맹이 빠진 기지반환

입력
200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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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 죽으란 말입니까. 정부는 협상을 한겁니까, 또 항복을 한겁니까.’ 미군측이 한국에 반환할 예정인미군기지에 경기 화성군 매향리 ‘쿠니사격장’(미군 폭격 훈련장) 등 ‘알맹이’가 몽땅 빠져있다는 비보가 전해진 19일, 매향리 주민들은 울분을 토해냈다.주민들은 일단 오는 26일 미 대사관을 항의방문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표정에는 배신감이가득했다.

한 주민은 “주민들의피 눈물을 담보로 정부가 미국과 뒷거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에겐 정부는 더 이상 없어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녹색연합 등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미 양국을 질타했다.

양국이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미군기지와 훈련장 4,000만평 반환, 신규토지 75만평 제공’은 수학적 계산으로는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그 속내를 뜯어 보면 ‘속았구나’라는 느낌이 앞선다. 미국이 반환하겠다는 곳은 쓸모가 없어진 훈련장과 낡은 기지가대부분이고, 추가 제공을 요청한 곳은 대부분 도심의 알짜땅이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채 평수만 늘려놓은 꼴이다. 또 지역주민은 물론 국가적 숙원이기도 한 서울 용산미국기지, 매향리 사격장,용평훈련장 등은 ‘없었던일’로되돌아갔다.

”미국이 1992년반환한 필리핀의 클라크 미군기지는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돼 죽음의 땅이 됐어요. 우리도 예외가 아니예요.” 반환이후를 걱정하는 관련단체들의 목소리도 외로운 메아리로 묻히고 있다.

정부는땅을 반환받기도 전에, 국민적인 짙은 불신과 실망감을 반환받고 있다.

사회부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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