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회사 돈 208억원을 횡령해 초호화 생활을 즐겨온 회사원이 자신의 범행이 정신병 때문이었다는 특이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기금규모 214억원의 삼성언론재단에서 일할 당시 20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삼성언론재단 기금담당 과장 정모(37) 피고인이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요청해 받아들인것. 이에 따라 정 피고인은 현재 국립서울정신병원에 입원, 임상심리과 검사 등을 받고 있다.
정 피고인의 변호사는 “피고인은 지능이 아주 높고, 관심과 사랑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크지만 소심한 성격이어서 주변의 기대가 스트레스로 다가와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벗어나는 경조증(輕躁症)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과대망상증에 빠져들었고, 결국은 ‘간 크게’회사 기금을 통째로 횡령하는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정 피고인측은 “병원비 160만원을 낼 테니 양형에 검사 결과를 꼭 참작해 달라”고 부탁할 만큼 이번 감정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이제 와서 정신병 핑계를 대니 어이가 없다”며 “법의 처벌을 피해 가려는 방법도 너무 지능적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미국 모 주립대를 졸업하고 MBA과정까지 마친 정 피고인은 4월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횡령한 돈으로 7억~10억 원대의 아파트 3채와 BMW승용차 5대, 1,000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제 시계, 유명 화가의 그림 등을 사 부인과 가족, 내연의 처에게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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