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한 회식 분위기가 언론 세무조사 이야기가 나오자 급변한다. 직원들이 두 패로 나뉘어 다툰다.출신지역이 거론되면서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다. 사장이 중간에서 수습하려 하지만 오히려 핀잔 만 듣는다.” 어제자 본보 33면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적개심으로 갈갈이 찢긴 사회’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사회가 온통‘적과 아군으로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식자리 사건’에서 세계화의 해악을 떠올린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세계화의 큰 문제점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1등만이존재 가치가 있으며, 그 이외는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다. 승자는 적이 많아야 한다. 회식자리가 싸움판으로 변한 사건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너를 짓밟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세계화 의식’의 발로다. 출신지역 거론은 이기기 위해 패를 가르는 한 수단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우리가이런 세계화의 부작용에 너무 빨리 함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IMF 체제가 가져온 경제지상주의에,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에서 오는 이념 갈등과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지역간 대립 등이 교묘히 결합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이어서 해결에 더많은 노력이 필요함에도 우리는 반대로 치닫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 사회가 정말로 ‘편이 갈려 말이 안 통하게’ 될지 두렵다.
■국내총생산(GDP)의절반이 넘는 외채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긴축 정책을 추진하자 국민 대다수가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정치인과 부유층의 잘못으로 나라경제가 엉망이 됐는데, 왜 부담은 서민들만 지느냐는 항의다. 모두가 힘을합쳐도 어려운 판에, 이해집단 간의 갈등이 끝내 봉합이 어려운 지경으로 치달아 아르헨티나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관론이 가시지않고 있는 주요 이유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나라 얘기라고 가볍게 넘겨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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