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陳 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대대적인 적자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진 부총리는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도산아카데미연구원 초청, 조찬강연을 통해 “경기활성화가 필요하나 이미 발표한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면서“대대적인적자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경제 토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경기부양, 제한적이냐 전면적이냐
‘화끈한 경기 부양이냐, 제한적 경기띄우기냐.’
하반기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급강하하는 경기를 떠받치기위한 경기부양카드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와 경제연구소등에선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수출급감등에 따른 ‘성장의 엔진’이 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면적인 경기부양은 구조조정의 후퇴로 비쳐지는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며 제한적인 경기조절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 념 부총리가 18일 대대적인 경기부양론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경기진작 방안을 강구하라”을 강조한 것을 계기로 정부가 구조조정 중시정책에서 경기부양으로 급선회했다는 우려를 잠재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제한적인 경기조절카드는 ▦재정부문에서 예산 및 추경의 조기집행,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의 국내총생산(GDP)대비 1%미만관리 ▦금융부문에서 통화신용정책의 탄력적인 운용 ▦공기업의투자계획의 조기집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제부문에선 부동산양도세 감면 등을 통해 건설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에서 주장하는 재정적자 확대와 금리의 대폭 인하는 투자와 소비의 불씨를 살리는 양약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일본처럼 자칫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지게 만들어 ‘게(내수회복)와 구럭(물가안정)’ 모두를 놓치게 하는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뜨뜻미지근한 제한적 경기조절보다는 과감한 경기부양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ㆍLGㆍ현대경제연구소 등은 적자재정 확대를 감수하고라도 국채 발행을 대폭 늘려 경기침체기 재정의 경기조절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金注鉉) 부원장은 “위축된내수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서 “재정지출 확대와 콜금리 추가인하, 법인세 및 근소세등의 세율인하 및 감세등에 하반기경제운용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전문가 멘트
■한국경제연구원(KDI) 조동철(曺東徹)연구위원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며, 따라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경기활성화 대책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기업구조조정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비효율적 기업을 정리하는 작업이므로 경기와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 대책은 특정 기업이나 분야에 혜택이 집중되는 재정정책보다는, 경제전반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금리정책(예를 들어 금리인하)이 어야 한다.쓰러져야 할 기업을 세제혜택,재정지원 등으로 살리는 과거의 경기부양 방식은 안된다.
■정한영(鄭漢永)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
지금은 과감한 경기부양보다는 꾸준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간접적인 경기활성화가 절실하다. 금융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4ㆍ4분기에는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한국 경제도 기지개를 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를 과감히 내리거나 재정적자를 감수해 돈을 풀어도 경기가 급격히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자칫 설비투자보다는 부동산 투기조짐이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재정자금을 푸는 ‘제한적 경기조절’만으로도 경제가 급랭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권순우(權純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하반기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가능성이 희박하고 수출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따라서 내수부문에 대한 과감한 진작을 통해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으므로 내수진작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국가재정도 경기를 부양할 여유가 충분하다.
‘균형ㆍ건전’재정이라는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과감하게 추경을 편성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금리를 내리는 소극적인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을 동원한 과감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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