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투자 냉각기업투자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전경련이 금년초 설비투자전망을 조사할 때만해도 대기업들은 ‘작년 수준 정도(마이너스 0.3%)는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제조업체들은 4.3% 가량 확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상반기 불황터널을 거치면서 기업투자 마인드는 극단적으로 냉각됐다. 이번 전경련조사에서 전체 기업들의연간 투자계획은 당초 마이너스 0.3%에서 마이너스 9.3%로, 제조업은 플러스 4.3%에서 마이너스 2.9%로, 특히 중화학공업은 플러스4.5%에서 마이너스 3.2%로 대폭 하향조정됐다.
기업투자의 ‘상고하저(上高下低)’패턴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가 되면 투자가 다소 살아나 내수도 회복조짐을 보일 것”이란 낙관 섞인 예측을 해왔지만, 전경련 조사결과 하반기 투자가 더욱 줄어드는 이례적인 ‘상저하고(上低下高)’현상이 나타나 연내 경기회복은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투자축소를 주도하는 곳은 한국경제의 간판산업인 전기ㆍ전자 분야다. 정유(132.2%) 조립금속기계(63.5%)조선(36.6%) 등 일부 업종에선 높은 투자증가가 예상되지만, 경제비중이 워낙 큰 전기ㆍ전자분야의 투자가 29.7%나 줄어들다보니 전체 투자곡선은 하향세를 타게 된 것이다.
현재 대기업들은 이미 ‘비상경영’ ‘축소경영’을선포한 상태. 당초 6조5,700억원이었던 금년도 설비투자규모를 이미 5조3,500억원대로 줄인 삼성전자는 추가적인 축소를 검토중이며, 하반기 투자규모를 5,500억원으로 책정한 LG전자도 ‘꼭 필요한 분야’로 투자대상을 국한할 방침이다. 자동차의 경우 최근 호황에도 불구, 하반기 총투자규모는 1.3% 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현 단계에선 투자회복을 위한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기업의 투자 잣대인 세계경기 회복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투자패턴이 외부차입 아닌 내부자금 위주로 바뀌었고, 자금여력이 생겨도 신규투자 보다는 부채상환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의 급격한 위축이 현실로 확인됨에 따라 최근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기부양론에 한층 무게가 실릴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경기회복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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