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프랑스 대선에 나란히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조스팽 총리의 불화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시라크가 정책을 놓고 총리를 공격하는 횟수가 늘고 있고, 조스팽은 좌파 각료들과 함께 최근불거진 개인 비리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로써 프랑스의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는 별거상태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다.
시라크는 14일 혁명기념일 연설의 상당 부분을 1992~95년 파리시장 재직시절 가족ㆍ친지 해외 여행비로 240만 프랑(4억원)을 썼다는 비리 의혹의 결백을 주장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동시에 자신을 옥죄고 있는 좌파정부의 ‘실정’을 집중 비판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시라크는 연설에서다른 나라와 실업률 통계까지 비교, 고용에서 치안까지 조스팽 총리의 정책을 맹렬히 공격했다. 시라크는 이에 앞서 신년사에서도 “교육, 세제, 공공지출 개혁은 정부 책임”이라면서 조스팽을 견제했었다.
조스팽은 질세라 시라크 비리 폭로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시라크의여행경비 자금으로 쓰인 ‘특별 경비’의 운영실태를 올해 말까지 조사해주도록 회계감사원에직접 요청했다. 하지만 조스팽도 좌파전력은폐 시비로 우파의 사정권에 들어간 상태.
조스팽은 13일 중도우파 의원이자신의 트로츠키파 전력을 거론하자 “내가 과거를 신속하게 밝히지는 못했지만, 법정 출두를미루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시라크를 직접 겨냥했다.
두 사람의 싸움은 프랑스 언론의 단골 메뉴다. 르피가로는 16일 ‘시라크-조스팽, 게릴라전 시작’이라는 1면 기사를 실었다. 경제지 레제코는 “프랑스에서대통령이 파트너인 총리를 이처럼 심하게 공격한 일은 없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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