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발레+테크놀로지 호주 현대무용단 '새들의 사랑'‘백조의 호수’와 ‘얼간이’? 고전발레의 영원한 명작 ‘백조의호수’가 ‘얼간이’가 됐다. 26~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만나게 될 호주 현대무용단(ADTㆍAustrailian Dance Theatre)의 ‘새들의 사랑’은원제가 ‘birdBrain’(얼간이, 바보)다. ‘백조의호수’를 해체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초현실적인 비디오 아트와 춤의 상호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동작이엄청나게 빠르고 위험하며, 클래식발레에 체조ㆍ곡예ㆍ브레이크댄스까지 합친 퓨전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작년 3월 호주의 텔스트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에서선보여 대단한 화제가 된 바 있다.
안무자는 ADT 예술감독 게리 스튜어트다. 호주 출신으로 발레학교에서 배우고무용수로 활동하다 1999년 말 ADT 예술감독이 됐다.
그의 작품은 매우 급진적이며 조명ㆍ음향ㆍ영화ㆍ비디오 같은 여러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알려져 있다.
첨단기술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시드니 기술대에서 뉴미디어를 공부하고, 컴퓨터 안무 프로그램을 개발한 데서도 확인된다.
그의 지도 아래ADT는 호주국영방송과 공동으로 춤과 관련된 CD롬 및 프로그램 제작 등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전의 재해석은 게리 스튜어트 이전에도 많다. 지리 킬리안, 모리스 베자르,피나 바우쉬 등 일급 안무가들이 고전발레 ‘봄의 제전’을 저마다 색다른 관점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것이 1970년대의 일이다.
80년대 들어 그런 움직임은 더 활발해졌다. 스웨덴 태생의 안무가 마츠 에크는고전 비틀기로 유명하다. 그는 ‘백조의 호수’를 ‘마마 보이’ 왕자의 방황으로 바꿔버렸다.
대머리에 맨발로 튀튀(바짝 치켜 올라간 넓은 챙의 짧은 치마)를 입고 괴상하게 움직이는 남자백조들의 모습이 가관이다.
그의 ‘지젤’은 신분상승을 꿈꾸며 남자를 유혹하다가 계획이 틀어지자 미쳐서 정신병원에 가는 추녀이고, ‘잠자는숲 속의 미녀’는 눈 뜬 채 잠자는 공주병 환자다. 그의 이런 작업은 고전 모독이 아니라 독창적 재해석의빛나는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뜨린 또 다른 작품으로 올해 35세의 젊은 안무가 매튜 본의 출세작‘백조의 호수’가 있다.
가냘프고 우아한 여자 백조들을 모두 남자로바꿔 에로틱한 동성애 드라마로 만든 이 작품은 95년 발표돼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과 안무상을 받았다.
최근 개봉된 영화 ‘빌리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깃털 바지를 입고 도약하는 남자가 바로 매튜 본의 백조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고전의 특징, 즉 끝없이 새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해체를 내세운 이른 바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적 기류도 작용했다.
게리 스튜어트와 ADT의 ‘새들의 사랑’은거기에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대중적 요소를 더한 것이라고 하겠다. 문의ㆍ예매 (02)580-1300, 780-640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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