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하리수가 나오는 영화 ‘노랑머리 2’(감독 김유민)는 당황스럽다. 우선 영화에 비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를 찍을 때’에비해 저 높이 올라간 하리수의 존재 때문이다.영화 속의 하리수는 역시 트렌스젠더(성전환자)이지만, 요즘 턱없이부풀려진 대중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만약 하리수의 벗은 몸을 기대하는 관음증으로 ‘노랑머리 2’를 본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감독의 말처럼 하리수는양에서도 질에서도 영화의 1/3일 뿐이다.
그렇다고 ‘노랑머리 2’가 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다.그것의 의미는 차치하고 1편처럼 여전히 여성에 대한 성의 노출과 노골적인 대사가 있다.
‘백지영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몰래 카메라에 담긴 정사 장면, 그것을 협박 수단으로 삼는 매니저의 모습이 처음에는 독창성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3류 에로물로 여겨지게까지 만든다.
그러나 그 또한 착각이다. ‘노랑머리 2’는 시간이 갈수록 저예산 영화로서의 장점과 ‘한계 뛰어넘기’를보여준다.
세 단락으로 나눠진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 그것이 맞물려 이뤄내는 우리 사회 성모럴에 대한 강한 비판, 그 사이사이를 이어가는 재치있는 웃음, 그 웃음을 만들어내며 영화 전체의 짜임새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이름없는 조연들(사실은 연극에서는 유명한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사회 고발성 짙은 작품으로 만든다.
어쩌면 영화 속의 우울하고 폭력적인 현실만큼이나 영화가 만들어진 불과 몇 달 사이에 예쁜 트랜스젠더한 명에 이렇게 난리를 치는 모습 또한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차별적인가를 반증한다.
‘노랑머리2’는 성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도덕과 폭력에 대한 고발이다. 거기엔 두 여성의 동류의식이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편의점)에 있었던 3명의 주인공은 그 상징들이다. 스타가 돼 돈을 벌고 싶은 편의점 여자 종업원이자 미혼모인 Y(신이)는 여전히 자신의 성을 쉽게 팔면서그 꿈에 매달리고, 야구선수 M과 동거 중인 트렌스젠더 J(하리수)는 “주민증 까 봐”라는편견에 “나는 정말 외계인일까”라며 무너진다.
이런 두 여자의 행적을 비디오 카메라에담는 남자 R. ‘노랑머리 2’는결국 중간에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리는 R과 자살하는 M을 통해 미디어와 남성의 한계 속에서 발가벗은 Y와 J가 나란히한 방향으로 눕는 ‘여성의 동류의식’으로 해법을 찾는다.
타란티노식 구성, 환상의 감상적 표현, 재치있는 유머가 보다 영화를 편안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 익숙한 방식 때문에 1편에서 보였던 강렬한 도발의식은 희석돼 버렸다.
애초 ‘노랑머리2’는 지금처럼 호들갑스런 호기심이 아니라, 한 트렌스젠더하리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을 원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노랑머리2' 김유민 감독-"저 예산 영화매력 소수이야기 공론화"
당황스럽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떠 버린 하리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김유민(38) 감독도 난감하다.
“작품 해석상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는 말이 그의 기분을 말해 준다. 진일보한 성을 모티프로 하리수를 선택했을 뿐인데 이렇게 이 영화를 대표할 줄은 몰랐다.
물론 나쁘지만은 않다. 워낙 기대치가 낮은 영화였는데 생각지도 않은 데서 그것이 높아졌으니까.
그러나 그것이 영화의 본질과 균형을 무너뜨리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별난 호기심으로 영화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트렌스젠더를 극중 인물로 선택하면서 그것을 치열하게 다룰 자신이 없어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따랐다.
공간 제약, 모르는 배우(신이), 몰래카메라의 상투성 때문에 제1장과 하리수가 나오는 제2장을 바꿀 생각도 했다.
그러나 ‘시류편승’ 이란 오해를 받을까 그만두었다. “하리수는 비키니만 입어도 여자다. 그러나 발가벗었을 때 그는 아름답지 않다. 남자 같은 몸의 선, 그 선이야말로 이 영화가 지향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여자이니까.”
그도 타협을 했다. 상업성을 의식해 익숙하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구성, 코믹한 장면, 멜로적 환상 등을 선택했다.
1편에서의 불친절하고, ‘날 것’이어서 비린내가 나고, 관객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맛이 나도록 조리를 한 셈이다.
그것이 영화를 상투적이고 독창성이 부족하게 비춰지게 만들지만 1편과 달리 주제를 더욱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슈’이다. “특용작물이어야 한다. 소수에 대한 얘기를 공론화할 수 있는 것이 저예산 영화의 매력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절대가치를 “아니다, 변하는 것이다. 시대가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김유민. 그도 분명 ‘노랑’ 색깔의 감독임은 분명하다 . “돈 많은 상업영화?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글=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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