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가 출산거듭…법당 넘나들며 '소동'‘1999년 토끼해 눈오는 날 사찰 후원에 유골이 뿌려진 길상화(吉祥華) 할머니의 환생일까’
서울 성북구 길상사(吉祥寺)에는 토끼 16마리가 산책로와 사찰 마당, 심지어 법당 안까지 들어와 사람들과 어울리는 통에 어느새 이 절의 상징이 됐다.
길상사와 토끼가 불가의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여름 주지 덕조(德祖) 스님이 묵는 행지실(行持室) 마당에 회색 암토끼 한 마리가 찾아오면서부터.사람을 봐도 달아나지 않고 먹이를 받아 먹더니 도량 마당에서 떠날 줄 몰랐다.
스님은 겨울이 다가오자 외롭고 추위에 떠는 모습이 안타까워 신방까지 차려줬다. 그 토끼가 올들어매달 5,6마리의 새끼를 낳아 대식구를 이룬 것.
갈 곳 잃은 토끼가 사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수가 늘자 불자들의 고민도 늘었다. 사찰 내 심어둔 꽃과 풀을 마구 먹어 치우고 법당 안의 집기를 넘어뜨리는 등 말썽을 부리기 때문.
‘살생을 금하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부처의 가르침 때문에 늘어나는 토끼를 팔거나 죽일 수도 없는 일.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23마리 중 7마리를 전남보성의 대원사에 보냈지만 최근엔 토끼 부부의 첫번째 새끼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시름이 더 커졌다.
덕조 스님은 “도량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토끼동산을 만들고 성숙한 순서대로 북한산에 방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길상사는 96년 군사정권 시절 ‘요정정치’의산실이던 대원각의 주인이자 월북 시인 백석(白石)의 연인이었던 고(故) 길상화 김영한(金英韓) 할머니의 기부로 창건한 절이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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