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로게(59ㆍ벨기에)가 키를 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향로는어떻게 바뀔까. ‘미스터 클린’이라는 그의 별병을 생각한다면 로게는 우선 상업주의에 훼손된 올림픽 이념의 회복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카리스마가 부족한 그가 개혁작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의 전폭적인지원 속에 당선돼 향후 사마란치의 입김을 배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자크 로게 신임 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올림픽 규모축소와 인간성 회복을공약으로 내걸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로게는 올림픽이 지나치게 상업주의로 흐른데다 규모가너무 커져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고 있으며 거대도시가 아니고는 올림픽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도핑은 스포츠의 진실성에 관련된 만큼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반도핑 의지를 재천명, 약물복용을 막는데 앞장설것을 다짐했다.
따라서 로게는 총 35개에 달하는 올림픽경기종목과 참가 인원, 개최비용을대폭 줄이고 순수한 올림픽 이념을 되살리는 데 개혁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커다란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퇴출 위기에 놓인 국제 경기 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고 20세기 후반 거대화, 상업화의 물결 속에 향응과 사치문화에 익숙한 IOC관계자들이쉽게 수긍하겠느냐는 것이다. 사마란치 전위원장이 부패를 막기 위한 개혁안으로 ‘올림픽유치도시 방문 금지’를내걸었지만 선거전에서 김운용위원의 반박 공약이 설득력을 얻자 로게도 ‘총회가 인준한다면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슬그머니 물러선 것이단적인 예다.
로게는 또 유럽위주의 일방적인 개혁작업보다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계등 5대륙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재력있는 상류층 중심인 유럽 IOC위원과는 달리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계등은 사무실 운영비조차 없는 실정에서 대의명분만 앞세워 현실성 없는 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IOC의 분열이 뻔하다. 로게가 취임 인터뷰에서‘내가 할 일은 IOC내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또 이번 선거에서 로게가 5개 대륙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지 못한 것도해결 과제이다. 98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유치 스캔들로 김운용위원과 딕 파운드(캐나다)의 지지기반이 약해진 틈을 타 급부상한 로게는 이번 선거전에서드러난 극단적인 지역,인종 대결 양상의 치유가 선결과제다.
더욱이 선거에서 로게를 지원하는 한편 유례없는 종신 명예위원장의 자리를 만들어 막후에서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마란치와의 연결고리를 하루 빨리 끊는 것이 개혁 완수의 전제조건이다.
모스크바=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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