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경기활성화’를 지시했다. 이것은 내각을 향해 지금보다 강력한 경기대책의 수립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김 대통령이 경기대책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명한 것은 근래에 없던 일로, 매우 이례적이다.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아 정책적언급을 유보해왔던 것이다.
대통령이 경기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장관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천만다행이다.
통수권자가 경기 낙관론을 견지하는 한 내각의 정책기조도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정책설정 방향이다. 김 대통령은 사실 지극히 추상적인 주문을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라’는 것이다.
이 것만으로는 기존의 제한적 경기 조절론의 연장선인지, 전면적 경기부양을 생각한 기조적 선회인지, 의미하는 바가 불분명하다. 결국 방향타는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경제팀이 강구하기에 달렸다.
현재 경기대책에 관한 전문가 주장은 크게 둘로 대치되어 있다. 경기부양보다 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측과,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경기부양이 보다 시급하다는 측이다.
양측 모두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또한 양측 주장이 상호 충돌하는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양측에서 취할 공통분모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기대책과 구조조정은 동전의 앞뒤 같은 것으로, 언제나 상시적으로 행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대책과 구조조정이 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 동안 구조조정이 요란하게 구호 뿐이었지 내실 있게 이뤄지지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에 대한 반대론도 결국은 구조조정에 대한 기본적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양자를 조화롭게 병행해나가는데 난국의 타개책이 있다고 본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자체에 정부는 정책의 선진 모형을 정립해야 한다.경기 활성화 대책은 필연적으로 유동성 확대를 야기한다.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이 부실부문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울타리를 치면서, 회생지원기업과 퇴출 기업의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면 경기대책을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경기부양 강도를 높이는 데 비례하여 구조조정강도도 자동적으로 높아지는 시스템이 경기대책의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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