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 일부언론에서 화제가 된 인물은 단연 게리 콘디트(53) 민주당 하원의원이다. 의원직 12년째인 그는 스캔들성 보도로 여성편력, 취미생활, 성장배경이 속속들이 파헤쳐졌다.타블로이드 신문에, 워싱턴 포스트,로스앤젤레스 타임스까지 가세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CNN, MSNBC, FOX 방송은 2주째 12분 간격으로 그의 뉴스를 전하는 중이다.
주간지타임은 “언론의 폭풍 속에 묵묵부답의 인물”이라는 이유를 붙여 그를 ‘금주의 인물’로선정했다.
이제 웬만한 미국인들은 콘디트 의원이 “가난한 침례교 전도사 아들로 태어나 72년 캘리포니아주립대를 졸업했고 민주당원 중 보수파며 지역농업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나 하원의원 435명중 기자들이 점검해야 할 만큼 두드러진 인물이 아니며,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에 혹독한 비판자였고 모터사이클과 록음악을 좋아하고너무 일찍 결혼한 것을 후회하며 주위에 늘 ‘여자친구’를 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왜 콘디트 의원이 문제인가. 미 연방정부 교정국 인턴이었던 샌드라 레비(24)가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4월 말 실종된 사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실종 직전까지 레비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밝혀졌기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레비 사건을 6월 중순까지만 해도 한 평범한 젊은 여성 실종사건 이상으로 다룬 적이 없다.
워싱턴에서 발생, 해결을 기다리는140건 중 하나이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수사 중 콘디트 이름이 떠오르고 그가 부적절했던 관계를 7월초 고백하면서 언론은 집중보도를 시작했고이 사건은 중요한 사건, 정치인의 스캔들이 되었다.
힘 있는 국회의원의 방종과 상대 여성의 실종 미스터리, 그 의원의 또 다른 부적절한관계 폭로로 이어지는 콘디트 이야기는 사실 언론의 구미에 맞는 소재이다. 그의 사임, 재선거로 연결될지 모르므로 정치문제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않다.
그런데 미국의 또 다른 일부 언론들은 이 사건을 중요기사로 취급한 적도, 저녁토크쇼의 화제로 삼은 적도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사실 중심의 기사를 짧게 싣고 콘디트의 콘도 수색 경찰사진을 1면에 실었을 뿐이다.
CBS, ABC방송도 기록중심의 기사만 내보냈다. “보도의 핵심은 콘디트가 아니라 실종”이라는 것이다.
콘디트 보도에서 더 주목되는 것은 입장을 달리하는 경쟁 언론들이 서로를 적으로 간주, ‘비평’ 이름으로 비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미 언론에서 ‘미디어 비평’이라는제목의 글, 프로그램은 보기 어렵다. 겸손하게 ‘미디어 노트’라는제목을 단 워싱턴포스트의 칼럼은 각 매체 입장을 취재하여 썼다.
언론비평은 언론의 몫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콘디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www.house.gov/gcondit)에서 실종자 찾기 사이트나 지우라는 야유를 보내는 중에도 언론들은 경쟁자가 있어야 언론이 더 커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듯하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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