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이후 가장 많은 인명손실을 낸 15일 서울 경기 지역 홍수피해는 당국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 때문에 발생했다.아파트 난개발로 저지대에서 몇 시간 사이에 9명이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집에 물이 들어차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침수된 도로에서 전기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아 감전에 따른 사망사고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주민들의 항의사태가 잇달아 후유증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참사부른 신림동 난개발
서울 관악구 신림6동과 신림10동 삼성산 일대에서는 모두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삼성산 일대 고지대에 홍수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구잡이로 아파트단지를 세우면서 삼성산에서 도림천으로 내려오는 폭 2~3㎙의 복개하천이 범람한 때문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나무가 없어지고 대신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엄청나게 물살이 강해졌다”며“아파트에주차됐던 차량들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 가면서 소하천 입구와 하수구를 막아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삼성산 일대에서는 이날 오전3시10분께 신림6동 시장골목에서 범람한 물에 떠내려온 차량이 상가내 호프집 가스통을 들이 받아화재가 발생하면서 3명이 숨졌고,
신림10동 반 지하방에 살던 김영자(40ㆍ여)씨와 두 딸 및 김씨의 언니가 방에 물이 갑자기 들어차 숨졌다.
■ 고질적인 늑장 대피령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이문동 일대는 무려 5,200여 가구가 물에 잠겼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여진 골목길에서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정리하던 주민들은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구청이나 동사무소의 대피방송은 없었다”며 “조금만 기민하게 대응해 줬다면 평생 모은 재산을 한 순간에 날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떠뜨렸다.
경기 포천ㆍ가평군 조종천에서도 대피방송이나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야영 중이던 문형자(36ㆍ여)씨와 딸 이동연(11ㆍ여)양 등 모두 8명이 실종됐다.
이 지역은 국도 37호선과 인접해 있어 여름이면 많은 행락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포천군은 안내방송 사이렌 등 홍수경보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평군의 경우에도 2차례 안내방송을 했지만 가청권이 넓지 않아 행락객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383 일대 다세대 연립주택 64가구의 경우 이날 새벽 가옥이 물이 잠긴 뒤 동사무소가 대피를 지시해 가재도구가 고스란히 침수됐다.
감전으로16명 숨져 이날 하루동안 감전사고로 모두 16명이 사망ㆍ실종됐다.
가로등 개폐함의 위치가 50㎝정도로 낮아 물이 차오르면 즉시 차단해야 하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때문이다.
오전4시께 서울 서초동 진흥아파트앞 인도를 걸어가던 행인 윤모(27)씨가 “전기 전기”라고 외치다가 숨지고 윤씨를 구하려던 행인 2명이 익사했다.
동작구 노량진동 수원지 앞에서도 감전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으며, 인천 계양구 작전1동에서도 전봇대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돼 2명이 숨졌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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