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말에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밤에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거의없었다. 기온이 높고 후텁지근한 여름이면 방안에서 잠을이룰 수 없어 앞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그 옆에 멍석을 펼쳐 놓고 잠을 설쳤던 어릴때 기억이 난다.자정이 넘었다면서 어른들이 잠을 깨울 때면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간에 방에 들어가 잤던 생각도난다. 당시 어린맘에 궁금했던 것은 어른들이 어떻게 시계도 안보고 자정이 넘은 것을알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비밀은 북극성 근처의별자리 운행에 대한간단한 원리를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북극성 근처의별자리를 간단히 관찰만해도 밤시간을 알수 있을 뿐만아니라 계절까지도 알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천문학이 발달된 20세기 이후에 알려진 것이 아니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이용하여 계절과 시간을 알아내는 원리는이미 우리 인류의문명이 시작되면서 알아냈던 과학적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한 예로북두칠성의 위치를 이용하여 계절을 파악하는 내용이중국 한(漢)나라전한 시대의 회남자(淮南子)라는책 속의 시칙훈(時則訓) 편에보인다. 이 책은당시 회남왕이었던 유안(기원전 179-122)이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두칠성의 7개 별은 마치국자의 모양을 하고있는데 각각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그중에 국자의 손잡이끝에 해당하는 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초요(招搖)라는 별이있다.
해가 진뒤 40분 정도지나면 밤하늘에 별들이 잘 보이게 되는데이 시각을 옛날에는 혼각(昏刻)이라 했다.
혼각에 초요성을 관찰했을 때북극성을 중심으로 하여위치하는 방향은 계절에따라 변한다.
동지날 혼각에는 초요성이 북쪽 방향에 위치하고, 반대로 하지에는 남쪽 방향, 춘분에는 동쪽방향, 추분에는 서쪽방향에 놓인다.
그리고 국자모양의 북두칠성은 한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15도씩 회전한다.
그러므로 해가 진 후혼각에 북두칠성의 자루 부분이 놓인 위치가 계절을 알려주고, 이어 밤하늘에 북두칠성이 놓인 위치는시간을 알려주게 된다.
이렇게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기 때문에 우리 인간생활을 지배하는 중요한별로 여겨졌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고인돌 덮개 돌에도 북두칠성으로 여겨지는 굼(홈)을 볼수 있고, 고구려 고분 벽화 속에도 적지 않게 이에 대한 흔적이 나타난다.
심지어 북두칠성은 신앙의 대상으로 까지 발전, 고려 때에는 칠성신에게 제사를 지냈을 정도이다. 민간에서는 칠성신을 아이들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으로 믿기도했다.
특히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칠성각이라는 전각을 세우고, 칠성신을 그린 불화를 모셔놓기도 했다.
서울교대 교수ㆍ과학교육과
yblee@ns.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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