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에서 271년형을 선고받고 국내로 도피했다 검거된 재미동포 강모(31ㆍ본보 2월7일자 30면)씨가 법무부에 한국국적 회복 신청을 내 당국이 허용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특히 강씨는 미국측이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신병인도를 요청한 최초의 송환대상자여서 우리 국적이 회복될 경우 신병인도 조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강씨는 미국에서 범죄단체 조직, 강도, 집단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기소된 뒤 보석으로 석방된 틈을 타 국내로 도주했다.
미국 법원 궐석재판에서 징역 271년형을 선고받은 강씨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검거돼 법원에서 징역10월이 선고됐으나 항소를 포기, 현재 수감 중이다.
미 사법당국은 올 2월 강씨의 신병인도를 정식 요청했으나 이를 눈치챈 강씨는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1992년 상실한 한국국적을 회복시켜 달라’며 국적회복 신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강씨의 국적이 회복될 경우 ‘자국민의 경우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조약규정에 따라 강제송환을 둘러싼 복잡한 법정다툼이 예상되는 데다 자칫 ‘자국민에 대한 사법 관할권 포기’의 선례가 될 수도있어 당국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조약상 송환 여부는 범죄 당시의 국적이 기준이므로 강씨의 국적이 회복되더라도송환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으나 강씨의 변호인측은 “인도대상이 될지는 재판을 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가 죄질이 나쁜 중죄인이긴 하지만 현행 국적법상 국적회복 결격사유인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법무부 측은 “ 죄질상 국적회복을 불허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지만 강씨측이 ‘단순히 공범으로가담한 것’이라며 해명자료를 제출하고 있어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98년 회사자금 30억원을 횡령하고 도주했다 최근 미국에서 검거된 한모(43)씨와 강씨를 상호 인도하는 조건으로미국 사법당국과 협상 중이었으나 강씨의 지연작전에 말려 차질을 빚고 있다.
99년 12월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 발효 이후 양국간 실질적인 인도조치는 지금까지 한차례도 없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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