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10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52)의 소설 ‘향수’가 국내에 소개됐다. 주인공 그르누이가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25명을 살인한다는 기괴한 내용이었다.그르누이의 천진하고 악마적인 일대기는 그러나 출간한 뒤 1년이 다되도록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92년 작가의다른 책 ‘좀머씨 이야기’가 성공을 거두면서 ‘향수’도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독자들은 향기라는 이색적인 소재에서 끌어낸 작가의탁월한 상상력에 뒤늦게 열광했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유머감각이 풍부한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18세기중엽 향수 문화의 발달은 파리의 악취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1738년 비린내나는 생선 좌판대 아래서 태어난 그르누이는 황홀하고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지상 최고의 향수를 온몸에 바른 이 남자는 향기에 취한 부랑자들에게 잡아먹혀 세상에서 사라졌다.
10년 전 3개 출판사가 함께 출간했으나 현재는 열린책들 출판사에서만 발행하고 있다. 3판 7쇄(통쇄 54쇄)를 찍었으며, 15만 3,000부가팔렸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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