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루프.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전시장으로 잘 알려진 이 곳에 들어서자 낯선 의자 3개가 눈길을 끈다.투명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스터 레진으로 만든조그만 의자다. 밑에 빔 프로젝터가 놓여있어 현란한 뉴스 화면이 끊임없이 아롱거린다.
벽에는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장갑들이 흐느적거린다.역시 빔 프로젝터에 의해 투사된 것이다. 전시장이 아니라 꿈 속 공간인 것 같다.
21일까지 열리고 있는 설치작가 정미영(41)씨의 6번째 개인전 모습이다. 그는 의자와 장갑의 작가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2~3년 판화 작업을 했을 때에도 그의 작품에서는 의자와 장갑이 등장했다. 1998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졸업하면서 설치미술로 방향을 틀었을 뿐이다.
의자와 장갑의 의미는 무엇일까.“의자를 자세히 보면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곤한 사람을 받아주는 어머니같은 존재, 텅 비어있는 허무의 상징, 그러면서 높다란 권위의 상징인 게 의자이죠. 장갑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고 싶습니다.”
뉴스 화면은 미국 유학 시절 녹화해 뒀던 CBS TV 화면이라고 한다. “이 뉴스를 보면 당시 맘껏 공부하던 시절이 떠올라요.
그때는 ‘의식’속에만 있던 뉴스가 지금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죠. 의식과 무의식의 소통,사물과 사람의 관계 맺음이 제 작품의 주제입니다.”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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