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 의원이 세칭 ‘총풍사건’의 변호인을 맡았던 1999년 사건의 핵심 당사자였던 한성기(韓成基) 피고인측에 금품을 제공하고 허위진술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당시 한나라당 변호인단 소속이었던 정 의원에 대한 이 같은 의혹이 확인될 경우, 이 사건의 축소ㆍ왜곡에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를 놓고 파문이 예상된다.
11일 이 사건의 검찰 수사기록에 첨부된 한성기씨의 서울구치소 접견기록에 따르면 한씨는 1심 재판이진행 중이던 99년 초 부인 이모씨에게 “(정인봉 변호사에게)가서 500만원 받으란 말이야. 주기로 했다니까”라고 말했다.
또 일시가 명기돼 있지 않은 다른 날 접견기록에는 한씨가 이씨에게 “정 변호사가 추가적으로 돈을 주지 않더냐”고 물은 것으로 나와 실제로 금품이 건네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당시 한씨 가족은 매우 생활이 궁핍해 살던 집까지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접견기록에도 “지금 생활비도 없는데 대출 받는 것 잘해”라는 등 어려운 형편을 토로하는 대목이 나와 금품제공 의혹을 더하고 있다.
한씨가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었던 법정 진술을 재번복하는 이른바 ‘고백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뒤인 99년 3월23일자 접견기록에는 한씨가 “정 변호사한테 돈 받을 것 있는데 전화해봐”라고 말하자 부인 이씨가 “그런 소리 말아요. 그 쪽에서 당신을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데 그런 얘기를 해요”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변호인들이 소위 ‘총풍 3인방’에게 진술번복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금품제공혐의가 드러난 것은 처음으로, 정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변호인단의 금품제공 공모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한나라당 변호인단 소속이어서 수임료를 한푼도 받지 않는 등 한씨와는 금전거래가 일절 없었다”고 금품제공 혐의를 부인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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