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고발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감사원장 재직시절 ‘조세정의’라는 명목 하에 이뤄지는 국세청의 징세권 남용을 경계하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이 총재는 1993년 10월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재판자료에 올린 ‘조세법률주의,그 권리보장적 기능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세공평과 세금확보 차원에서 조세법 규정을 확장 해석하려는 과세관청의 법 해석방식은 납세자로서 개별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의심스러울 때는 국고(國庫)의 이익에 반하여’가 아니라‘국고의 이익’으로 해석하는 목적론적 해석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법 해석은 조세법 규정이 급변하는 경제현상을 현실적으로 따라갈수 없다는 이유에서 힘을 얻고 있으나 결국 국민의 대표가 만든 법에 따른 엄격한 해석과 적용 없이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부당하게 법인세 등을 경감ㆍ회피하는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효력을 부인하고 과세할 수 있도록한 부인권(否認權)을 들면서 “무제한적인 부인권 허용은 징세권의 남용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특히 현행 법인세법 및 시행령에 규정된부인권 부여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진실의 열매가 보이더라도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담장을 넘어가야만 따올 수 있다면 그 열매를 포기해야 한다’는 법언(法諺)을 인용하며 “아무리 조세정의를 내세운다 해도 실정법 해석의 한계를 넘어 무한한 정의의 실현을 추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러한 현실과 법 규정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어야할 것”이라며 “이처럼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 지켜질 때 납세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고 글을 맺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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