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지만 18일 본회의에는 올릴 수 있도록 조만간 상임위를 다시 열겠으니 이해해주기 바란다”.11일 낮 11시30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상임위가 무산되자 이렇게 변명했다.
통외통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소집, 일본 교과서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고 남북한 4대 경협 합의서 비준 동의안 등을 처리 할 예정이었다.
바로 전날 여야 총무가 통외통위 소집을 포함해 7월 임시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첫 단추부터 어긋난 셈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당쟁(黨爭) 때문에 국익과 직결된 외교 현안에서 정치권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통외통위는 일본이 왜곡 시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일본 문화 개방 연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등을 제안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회의 무산을 둘러싼 속사정을 알아보면 더욱 속이 터진다. 야당은 금강산 관광에 대한 불성실 답변 등을 들어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의 사과를 요구했고, 여당은 4대 경협 합의서 비준 동의안이 우선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서로 얼굴을 붉히며 “여당 때문에 깨졌다” “야당 탓이다” 등의 주장을 되풀이 하며 회의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는 꼴 사나운 풍경을 연출했다.
“본회의 전에만 결의안을 채택하면 된다”는 단순 설명에 동의할 수는 없다. 외교 문제에서는 타이밍이 핵심이다.
결의안은 우리측의 의지를 담는 것이므로 시의 적절한 결의 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원들이 “말로만 애국이냐”는 따가운 지적에 무엇으로 변명할지 모르겠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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