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조폭 영화? ‘달마야 놀자’(박철관 감독)가 기획된다는 소식에 대한 첫 반응이다.그러나 이 영화가 그저 그런 조폭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은 일단 세트로 맞춘 듯한 캐스팅에서 시작된다.
박신양, 정진영, 박상면, 김수로. 여기에 ‘수탉’에서 남루한 일상을 사는 닭장사 역할을 했던 김인문(60)과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강성진(30).
김인문은 사찰을 점거한 조폭들을 넓은 품에 받아들이는 노스님 역을, 강성진은 조폭행동 대원으로 비구스님에게 연정을 느끼는 날치 역을 맡았다.
15일 경남 김해의 유서깊은 사찰 은화사에서 첫 촬영에 들어가는 ‘달마야놀자’의 두 강력한 조연이 ‘입산’ 직전 만났다.
강성진:선배님, 영화에 오랜만에 출연하시네요.
김인문:자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가수 꿈을 꾸는 ‘딴따라’ 역할을 했었지. 나도 어릴 때 꿈은 가수 였는데.
절에서 성악 공부도 했었는데, 배우가 되면서 성대를 잃어버렸어. 영화는 글쎄 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인데, 그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고 비중이적은 역을 가끔 했지. ‘달마야 놀자’를 계기로 좀 열심히 하려고 해.
조폭·노스님 역할 각각 맡아 "배우는 인생의 여러맛 봐야"
강:저는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스태프로 일했어요. 제작부 연출부 거치면서 배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많이 했어요.
그때 박중훈 선배가 “넌 프로듀서의 길을가라”고 했는데, 그 말이 오히려 더 자극을 하더군요. 선배님은요?
김:한 3일 시간 있어? 얘기 다 하려면 그만큼은 걸리는데. 농대를 졸업하고김포군 양촌면 면사무소에 근무했었지. 당시 난 가장 잘 나가는 주사였는데.
배우가 너무 하고 싶은 거라. 그래서 1968년 사표를 내고 서울로왔지. 당연히 집안에선 오촌당숙까지 나서서 말리고.
처음엔 신상옥 감독 집에 한 4개월 출근했지. 근데 그 집에 도대체 사람 그림자가 없는 거야.그래서 김수용 감독 집으로 출근했어.
아침 저녁으로 사모님께 인사 드리고. 너 가로등 조는 거 본 적 있냐? 난 봤다. 겨울엔 훈훈한 면목동 벽돌공장에서잠자고.
13개월 만인가 집으로 들어가 김 감독을 만났지. 한데 처음 날 보더니 “배우는 아무나 하는줄 알아”하고 소리를 지르시는 거야.
“감독님은 스타니 슬라브스키 연기론도 모르십니까. 왜 미남미녀만 배우가 되어야 합니까. 우리 같아서야 어떻게 앤서니 퀸이 대배우가 됐겠습니까”하고따졌지. 그
리고 6개월 만에 ‘맨발의 영광’에 조연을 맡았던거야. 배우는 인생의 여러 맛을 봐야 해. 그래야만 감독이 주물주물해서 어떤 그릇이나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되지.
강: ‘달마야 놀자’에서 저는 비구인 연화스님에게 연정을 품는 ‘날치’ 역할입니다. 처음엔 부드럽게 이미지를 끌고 가야겠다싶었는데 아무래도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스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관객에겐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하는 초조한 마음을 갖게 하는 위험스런 인물로 그려 볼 생각입니다.
김:시나리오를 보니 노스님 성격이 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더라. 선과 악의이분법, 힘의 논리를 뛰어 넘은 사람이지. “안 보여도 마음 속으로 보아라. 그러면 보인다” 이 대사를 넣을 생각이야.
강: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내공’이라는생각이 점점 드는데요.
김:당연한 말씀이지. 아직 완벽한 배우라고 생각해선 안 돼. 요즘 후배를 보면 일회용 배우냐, 아니냐 좀 보이는 편이야.
자네는 연기를 오래 할 것처럼 보여. 앞으로 잘 해 보자구. 나도 머리도 깎았으니 더 열심히 해야지.근데 머리 자르니까 유승준 애기 적 같지 않아? 하하하.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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