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운명적 만남의점철이다. 태어나 자라고 직업을 갖고 배우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이루며 노년을 맞은 뒤 이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일어나는 모든일은 운명적이다. 물론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운명 속에서 약간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 뿐이다.골프광들에겐 인생에서가장 운명적인 만남은 바로 골프와의 해후가 될 것이 틀림없다. 골프라는 불가사의한 특성 때문에 골프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눈을 감을 때까지 도저히골프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
몇 달 골프채를 잡아보다가 성격이나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포기하는 사람이 간혹 있긴 하지만 이런 사람은 엄격히 말해골프에 입문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6개월 이상 골프채를 잡아본 사람이라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결코 스스로 골프채를 놓지는못한다.
사람에 따라 골프의묘미가 천차만별인 것도 극히 운명적이다. 처음 골프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골프 미래가 결정되고 그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골프의 세계가결정된다. 얕잡아보고 덤볐다가 기본을 제대로 못 갖춰 평생 스코어와 씨름하며 실망과 절망을 거듭하면서도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운명에 빠진다.
겸허하고 겸손한 자세로좋은 인연으로 골프를 접해 훌륭한 스승 밑에서 탄탄한 기본 위에 아름답고 멋진 스윙을 갖춘 골퍼는 이 세상에서 골프만한 것이 없다며 골프사랑에몰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생활의 중심축이 골프로 이동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고 신경 써야 할 사업이 있어도 결코 골프를포기하지 못한다. 실제로 높은 지위가 주는 명예나, 사업의 성공이 주는 만족보다는 주말이 가까워오면서 골프약속을 떠올리는 것만큼 그를 흥분시키는것은 없다.
세상살이에서 달관의경지에 이르렀을 60이나 70고개를 넘기면서도 새로운 깨침의 세계를 열어나가는 것이 골프의 세계다.
골프에서 종착점은없다. 골프채를 잡은 이상 ‘이만 하면 됐다’는 순간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올라가지만 천국은 결코 나타나지않는다. 골프의 지존으로 추앙 받는 타이거 우즈 조차 결코 자신이 최정상에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주말골퍼들은 골프란 영원히 풀리지않는 수수께끼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 골프가 한결 편해지고 즐거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방민준 한국일보 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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