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상연된 레프 도진의 ‘가우데아무스’는 배우들의 탁월한 기량으로 러시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말리극장의 명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이 작품은 ‘러시아건설부대 이야기’라는 특수성을 넘어 폭 넓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눈이 하얗게 쌓인 무대에 등장한 병사들, 2년 동안의 군대생활에 돌입한 이들은 군에서의 임무는 총을 쏘는 게 아니라 상관이 시키는 대로 탁자 위에서 구령을 반복하는 것임을 교육받는다.
병사들은 ‘소비에트 연방이여 영원하라’를 부르짖으면서도 술과 마약에 절어 지낸다.
상관이 ‘술 취한 동료는 버리고 가지 말고, 버리고 가려거든 구토물에 질식하지 않게 똑바로 눕히고 가라’고 입버릇처럼 훈육시킬정도다.
전과자 출신의 동료에게 맞아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카라미체프, 중위의 아내 니나와 놀아나는 키리모프등 바보스럽게 뒤틀린 인간 군상과 왜곡된 군대의 모습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술 취한 병사들의 난동 끝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피의자로 의심 받아제대를 못한 카라미체프는 제대통지서를 받은 동료를 살인자로 고발하고 모스크바대학의 입학자격 추천서를 받아 제대한다.
자신의 출신배경 등이 담긴 추천서를 읽는 카라미체프. 여기서 모든 배우들은 대학생들을 위한 찬가 ‘가우데아무스’(‘즐기자’라는 뜻의 라틴어)를 부른다. 장엄하고 희망찬 자유지성의 찬미가가 극중 상황과 역설의 극치를 이룬다.
배우들의 발성은 공명이 깊다. 몸 동작도 유연하고 춤이나 악기 연주 등에 거침이없다. 스무 명 가까이서 서로 다른 동작을 하는데도 각 배우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엄격한 훈련을 강조하는 스타니슬라프스키 식의 연극전통이 배어난다.
무대는 간소하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무대 전환 없이 시종 눈 쌓인경사진 벌판에서 극이 진행되는데 곳곳에 뚫린 구멍으로 배우들이 들락날락하는 독특한 장치를 지니고 있다.
걸어 나오던 배우들이 각자 이 구멍들로 빠짐으로써 첫 장면이 시작된다. 군대라는 집단에서 개인성과 자아를 상실한다는 의미이다.
공연을 마친 후 예술감독 도진은 기자간담회에서 “많은것을 이해하고 있는 한국 관객을 만나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가우데아무스는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고 ‘집’, ‘형제자매들’과달리 러시아 국내에서만 반응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세계시장만을 염두에 두면 오히려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밝혔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