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찬란한 태양이 누구에게나 활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 햇빛 알레르기를 비관해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 한나로네 여사가 스스로 목숨을끊었다. 햇빛이 특정인에게는 얼마나 심각하고 괴로운 피부질환인지 알 수 있다.피부가 햇빛에 예민하게 반응해 일어나는 피부 알레르기를 의학용어로는 광선과민증이라고 부른다.
윤재일 서울대병원 교수는 “백인의 5% 정도가 광선과민증을갖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백인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상당수 환자가 고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햇빛알레르기는햇빛을 보면 두드러기가 생기는 광(光)두드러기, 햇빛을 쪼인 부위가 습진처럼 변하는 다형광 발진,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손상하면서 물집이 생기는 포르피린증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처럼 원인 없이 저절로 생기는 광선과 민증이 있는가 하면 부정맥치료제, 이뇨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 약물에의한 광선과민증도 있다.
국내외 피부과학회 보고에 따르면 피록시캄이나 나프록센과 같은 일부 진통제, 퀴놀론이나 테트라사이크린 등의 일부 항생제,아미오다론 등 일부 심장병 약, 데시프라민등의 일부 항우울제, 일부 항암제 등이 광선과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남성들의 애프터쉐이브로션에 들어있는 머스크 암브레트라는 향료성분, 담배의 타르 성분, 일부 자외선 차단제 등도 광선과민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균드림 피부과 원장은 “외신에 따르면 콜 여사는 1993년 페니실린 치료 후 발병했다”면서 “약물에 의한 광선과민증이 일어나는 이유는 약물이 빛을받아 화학구조가 바뀌고, 이 약물이 피부에 알레르기나 독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약물에 의한 광선과민증은 보통 약물복용을 중단하면사라지나, 몇 년 이상 광알레르기가 계속됐던 일부 환자에게는 약물이 아니더라도 계속 빛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광선과민증이잘 나타나는 신체부위는 당연히 햇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얼굴, 뒷목, 가슴의 파인 부분, 손등, 팔 같은 곳이다.
얼굴에서도 이마나 콧등에 심하고코나 턱밑 같이 그늘진 부위는 상대적으로 잘 안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햇빛알레르기의가장 흔한 증상은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증상. 피부가 벌개지면서 아프고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광선과민증 환자들은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여름에도 긴 팔 옷을 입고, 외출할 때는 늘 챙이 넓은 모자를 써야 한다.
집안 유리를 온통 시커멓게 칠하거나, 자동차 유리를 거무스름하게 선팅하기도한다.
햇빛을 단 몇 분만 쪼여도 발진이 돋고, 피부색의 변화, 가려움증, 습진, 수포 등으로 고생하기 때문이다. 콜 여사처럼 대부분 환자는 외출을삼가고 실내생활을 해야 한다.
치료는우선 햇빛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제거하고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
이 원장은 “단순히 햇빛 때문에 피부병이 생겼다고 믿는 많은 환자 가운데 햇빛이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면서 “의심되는 물질을 피부에 붙인 후, 자외선을 쪼이는 광첩포검사를 통해 어떤 약물이 자외선에반응을 일으켰나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성 피부염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크림 등을 바르도록 권하기도 한다. 윤 교수는 “최근 자외선의 노출시간을서서히 늘려 나가, 빛에 대한 면역능력을 키우는 감(減)감작(減作)요법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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