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잠잠해졌지만얼마 전 광우병 때문에 온 사회가 한바탕 소란을 떨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쇠고기만 찾던 사람들이 입에도 대지 않으려 드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할정도였다.그 소동의 와중에서 축산농가들이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살았을까. 소동이 곧 바로 가라앉은 것은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일이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욕망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광우병을 갖고 그 난리를 떨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위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채소나 생선 역시 안심하고 먹기가 힘들다. 엄청난 양의 살충제나 다이옥신 같은 것들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들이 마시고 사는 물이나 공기는 안심해도 좋을 정도로 깨끗한가? 얼마 전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보도로 한동안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안이 말끔히 가시지 않았다. 다른 측면에서 수돗물이 얼마나 안전한지도 미지수일 따름이다.
사실 물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공기다. 여름이면 으레 발령되는 오존경보는 이제 대도시 주민들의 일상처럼 되어 버렸다.
시커멓게 뒤덮인 스모그 아래서 살고 있는 이들의 처지는 구정물 속에서 허덕이는 물고기와 다를 바 없다. 스모그 안에는 인체에 해로운 갖가지 발암물질이 섞여 있다는데말이다.
요즈음 대기오염 때문에많은 사람들이 호흡기질환과 피부질환에 시달린다고 한다. 대도시 주민의 암 발병률이 현저하게 더 높은 것도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도로변에 사는 사람들이 더 높은 폐암 발병률을 보인다는 통계자료는 무언가 말해 주는 것이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은 뇌졸증이나 심장마비까지 일으키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우병은 뇌 조직을 급속도로 파괴해 마치 스펀지처럼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 끔찍한 병이기는 하나 막상 이에 걸려 죽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제일 많다는 영국에서도 통틀어 몇 백 명 정도일 뿐이다. 이에 비하면 대기오염의 피해는 엄청난 규모다. 이로 인해 때이른 죽음을 맞는 사람의 숫자가 서울에서만 매년 천명이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말하자면 대기오염은‘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제의 해결에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니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대기오염의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해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개선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88올림픽을 전후해서울의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갑자기 줄어든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외국 선수들이 대기오염을 이유로 보이콧할 태세를 보이자 다급해진 정부는 유황이 함유된 연료의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크게 줄었는데, 이를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의 의지라는 사실을 잘알 수 있다.
최근 월드컵에 대비해차량 이부제를 실시하는 것을 보고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그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도 없으려니와, 외국인이 몰려온다니 비로소 무언가 하려는 태도가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우리끼리 살 때는 더러운 공기를 마시고 살아도 좋단 말인가? 외국인의 비위나 맞춘다는 차원에서 환경정책을 수행해서는안된다고 생각한다.
1952년 런던에서는대기오염 때문에 8,0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일어났다. 그때 런던시민들 중 어느 누구도 그런 끔찍한 일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환경재앙은 이렇게 예고 없이 갑자기 터져나오는 특성이 있다. 우리에게는 제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빌고 있기나 하면 되는것인지 모르겠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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