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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말장난은 그만…코미디에 세태풍자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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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말장난은 그만…코미디에 세태풍자 바람

입력
2001.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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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미디에 세태 풍자 바람이 거세다. 현실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내면서도 역설적이고해학적인 방식으로 내용을 포장하는 세태 풍자는 코미디의 주요한 기법이자 흐름이었다.하지만 얼마 전까지 버라이어티쇼의 범람과 즉흥대사와 말장난을무기로 내세운 개그와 개인기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세태 풍자는 코미디 장르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올 봄 MBC가 세태 풍자 코미디를 새롭게 내세우면서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얻자 다른 방송사에서도 세태 풍자 코미디와 시트콤을 잇달아 신설했다.

4월 첫 선을 보인 MBC ‘오늘 밤 좋은 밤’ 의 한 코너인 ‘총리 일기’ 는 대표적인 세태 풍자코미디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총리(백일섭)와 가족, 그리고 비서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한일 교과서문제, 장관 임명문제 등 정치적 현안들을 풍자적으로 질타하고 있다.

또 다른 코너 ‘추억은 방울 방울’ 역시 70년대의 교육현장의 문제를 추억이라는 형식을 빌어 전하면서 오늘의 교육 문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코미디하우스’ 의 ‘인형의꿈’ 도 세태풍자 코미디의 일종.

섹시한 바니걸 인형 미미(정선희), 단순하고 우직한 인형 처키(김효진), 인간사에 정통한 바비 인형 라라(박희진) 등 세 인형이 나와 외모지상주의 등 세태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회 문제를 풍자하고 있다.

5분이라는 짧은방송이지만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는 MBC ‘임현식의 시사 돋보기’는 세태 풍자 토크 코미디다. 다이어트 열풍, 탈세문제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세태를 재미있게 비판하고 있다.

또 KBS의 ‘개그 콘서트’ 의 ‘몰래가 중계’는 원조교제, 인터넷중독,바캉스 탈선 등을 두 해설자(백성호, 김대희)가 나와 재미있는 풍자 형식으로 전개한다.

KBS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은 호화 생활자 실태,지방 흡입술 등 하나의 이슈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파헤치는 코미디.

2일 새롭게 선보인 경인방송(iTV)의 월화 시트콤 ‘공회장네 식구들’ 은 세태 풍자를 지향하는 시트콤이다.

약간은 무식하고 저돌적인 재벌그룹 공 회장(박용식)과가족을 중심으로 돈으로 맺어진 여러 형태의 인간관계와 문제를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왜 세태 풍자가 코미디의 주요한 흐름으로 떠오른 것일까. 개그나 무의미한 개인기 자랑에 대한 시청자의 외면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1인 개그 코미디는 작위적이고 과장된 내용으로 일관해 시청자의 무관심을 자초했다. 다양한 방식의코미디를 발전시키려는 제작진의 노력 또한 전통적인 세태풍자 기법을 도입한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줄지 않는 부정과 비리가 세태 풍자의 필요성을절감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고 작위적이며 선정적인 일부 내용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있다. 또한 풍자의 생명인 날카로운 해학이나 반전은 보이지 않고 억지 웃음을 자아내려는 연기들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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