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이 되려면 믿음직한 동료가 있어야 한다.’홈런왕경쟁이 23개로 공동선두를 이룬 삼성 이승엽과 롯데 ‘흑마(黑魔)’ 호세,20개로 추격에 나선 두산 ‘흑곰’ 우즈의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가운데 팀내 거포의 뒷받침 여부가 레이스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9일 현재 사사구 기록은 이승엽이 68개로 1위, 호세가 65개로 2위. 투수들이 이들과 정면대결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홈런포 앞뒤로 또 다른 ‘한방’이 있을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투수들의 견제로 한동안 고전하던 호세가 8일 해태와의 연속경기에서 홈런 3방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한 까닭도 바로 다음 타석에조경환이라는 든든한 거포가 버티고 있기 때문.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만에 무려 4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던 조경환은 4일 두산전에선 연타석홈런을 때렸다. 3일부터 8일까지 다섯 경기에서 뽑아낸 안타만 10개이고 시즌홈런은 18개. 투수들로선 사자(호세)를 피하고 나니 호랑이(조경환)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승엽이 1일 잠실 LG전이후 다섯 경기째 침묵하고 있는 것도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할 동료 마르티네스의 방망이가 잠잠하기 때문.7, 8일 현대전서 투수들이 노골적으로 대결을 기피하자 이승엽은 “기다려야 한다고 수없이다짐하지만 너무 피하니 미칠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투수 입장에선 이달들어 4안타에 그치고 있는 마르티네스가 상대하기 편해 이승엽의 사사구 횟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우즈도 바로 뒷 타석에 있는 심재학 덕분에 홈런포 행진에 힘을 얻고 있다. 8일 한화의 고졸 선발 김백만은 1회말 1사 1루에서우즈와 정면대결을 선택했다가 땅을 쳤다.
최근 날카로워진 심재학의 방망이를 의식한 김백만이 볼카운트 2-1 상황에서 한복판 직구로 승부수를 던졌다가좌측 외야 스탠스를 넘어가는 홈런을 맞은 것. 흔들린 김백만은 이어 심재학에게 다시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아무래도 장타자가 잇따라타석에 서는 경우 투수들로선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수들이 피하지 못하도록 라인업을 짜는것도 홈런왕 레이스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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