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문학 행위가 안주(安住)를 거부하는 지향의 몸짓이라면, 연암 선생, 당신을 만나 자유를 향유하는 행운을 가집니다.”유금호(59)씨의 장편소설 ‘열하일기’(한림원 발행)는 작가의 이 말처럼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ㆍ1737~1805)의 삶을 통해 참 자유의 의미를 깨우치는 작품이다.
^선비들의 위선을 통렬하게 꾸짖은 ‘호질(虎叱)’, 중국 기행문 ‘열하일기(熱河日記)’ 등을 통해 시대적 구속을 벗어난 완벽한 자유인을 꿈꾸었던 연암의 생애.
작가 유씨는 그 요체를 풍류 풍자 실사구시의 3가지로 요약하면서, 담백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연암과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소설 읽는 재미와 감동을 준다.
연암의 제자 이덕무와 여진족 여인 사사의 사랑은 곧 연암이 추구했던 야생적 원시성의 세계이고, 불가와 세속을 넘나드는 무불 스님과 연암의 일화는 무위의 자유정신을 드러낸다.
당시 죄인을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 장면에서 시작해, “너희들은 리(理)를 말하며 성(性)을 논하되 툭 하면 하늘을 일컫지만… 그것보다 한 알의 곡식 이름, 한 마리의 벌레 이름이 더 중하지 않은가”라는 만년 연암의 깨달음까지 유씨가 전하는 선각자의 앞선 생애는 오늘의 무더위를 서늘히 식힌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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