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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여섯번째 시집 '풍경 뒤의 풍경'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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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여섯번째 시집 '풍경 뒤의 풍경' 펴내

입력
2001.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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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시집 ‘풍경 뒤의 풍경’(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내면서 최하림(62) 시인은 말했다. “한결몸이 가볍고, 부끄럽다.” 한 권의책을 묶으니 홀가분하지만, 세상의 눈을 의식해야 할 때 부끄러워진다. 또 한편 풍경에 언어를 기대면서 한결 가벼워졌고, 풍경과 마주한 존재의 미미함에고개를 떨구었다.3년 전의시집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서도 그랬다. 그때도 시인은 시어를 찾기 위해 존재를 낮추고 나무와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자연 속으로 들어간 그는 이제 ‘풍경 뒤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가을날 마른 풀과 사과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그는 황혼이 내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사과밭에서는 사과 떨어지는 소리후두둑 후두둑 하고/ 붉은 황혼이 성큼성큼 내려오는 소리도 들린다’(‘가을날에는’).

빈 집에서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모으다가 밤이 숨쉬는 소리를 만나기도한다. 금강물이 소리내며 흘러가는 68번 국도에서 시인은 익어가는 토마토의 신음 소리도 들었다.

새 시집에서시인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시어가 실렸음을 깨닫는다. ‘바람은 언제나 흐르는 것이 아니다바람의/

날개에는 솜털 같은 은유들이 실려 있고’(‘포플러들아 포플러들아’). 평론가 최현식씨는 최씨의 바람을 가리켜 “풍경(風景)이란 사원이 늘 잠깨어 있음을 알리는 풍경(風磬) 소리”라고했다.

시인은 ‘풍경 뒤의 풍경’에 실린 은유들이 희망도 없이 부서져내리는 것을 감지하고 안타까워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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