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교과서의 한국사 관련 왜곡부분을 재수정해 달라는 요구서를 일본에 보낸 뒤 그 반응을 예의주시해 왔다.그것은 7개사와 새역모(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가 후소샤(扶桑社)란 출판사를 통해 펴낸 것으로 모두 240쪽 분량이었다.
이 중 7개사의 분석이 177쪽, 후소샤의 시정할 부분이 63쪽으로나타났다. 그 중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이 「새역모」의 것인 바 25곳의 재수정을 요구받은 이 출판사는 지난 2일 9곳을 자율적으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한일우호 친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눈가리고 아웅식의 순전히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우리 고대사 일부의 오류가 발생했음을 문부과학성이 인정한 것이긴 해도 아주 몰라서가 아니라 고칠 마음이 열리지 않음에 심각한 쟁점이 있는 것이다.
기존 7종의 교과서와 1종의 후소샤 교과서 중 어느 한 종도 우리가 연구 끝에보내 준 재수정을 예의 바르고 친절한 일본인답게 진지하게 고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심각한 불신과 격분을 사게 한다.
왜곡시정이 전혀 안되었는데 예컨대 삼국의 야마토(大和)조정에 대한 조공문제 등 두 곳을 제외하고, 식민지 조선개발론의 몰염치성, 한국병합(침략)이 동아시아를 안정시켰다는 견해, 임나일본부(任奈日本俯)의 존재 억지 주장,‘대동아전쟁’용어 고집, 왜구의 폐해가 일본인 때문이 아니란 점의 우회적 설득, 사대교린의 복속국 표현,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긍정평가, 군대위안부 항목의 완전 삭제, 관동대학살 축소, 임정(臨政) 불인정 등 거의가 그대로 되살아나 과거 정한론(征韓論)에서보여준 패도주의적 황국사관의 망령이 넘실대고 있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한국사 부분 왜곡은 고대사로부터 근ㆍ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날조, 은폐, 축소 ,과소 누락 외면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지금이 마치 일제의 한국침략기(1905∼1945)인 듯 착각하는게 아닌가 싶다. 인기있는 사자머리의 고이즈미(小泉) 총리로부터 시퍼런 칼로 생선회를 뜨는 어촌 일꾼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대국 황도국가의 오만불손한 심층심리(深層心理) 속에 한국 멸시감에 가득차 있는 듯 보인다.
학술적인 고증에 근거한 객관적 역사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일본이 과거의 한민족 압살을 사죄는커녕 적당히 즐기자는 식의 가진 자의 교만이 아닐까 싶다.
토인비는 “역사적 사실의 날조를 즐기는 자는 미구에 그 역사 속에 묻혀 버릴 것이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도 이 재수정 문제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논평한 바 있다.
역사학자들이 적절한 교과서 대책을 제시한 바도 있지만 일본을 상대해서 충격적이고 과감하며 따끔하게 공식적으로대응해 갈 주체는 우리정부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확실하고 큰 요구의 정답을 들으려 하는 안일한 자세를 보여 짜증이 난다. 1982년과 1986년보다 지금은 너무 미온·퇴보적이고 외교적 수사 수준에만 머무는 등 눈치만 보는 것처럼 비친다.
이율곡(李栗谷)선생은 임진왜란을예언하고 일본의 조선침략을 막으려면 군대도 양성해야 하지만 소모적인 붕당싸움을 먼저 자제하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그것이 안되자 7년 전쟁을겪고 말았다. 작금의 우리 정치판을 보면 여야의 허세·욕설다툼이나 대권만을추구하는 정쟁이 도를 지나쳐 우려된다.이런 틈을 노리는 것이 일본임을직시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국사교육은 어떤가. 제7차 교육과정 개편은 국사교육을 후퇴·말살시켜 우민화로 이끌고있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부분이 근ㆍ현대사에치중돼 있는데도 근ㆍ현대사를 고교 2·3학년 선택과목으로 가르친다는 엉뚱하고도 위험천만한 발상이 용인되고 있다.
대학에서의 한국사 과목 선택화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태가 터진 근본 원인은 한국사 교육의 오류, 혼선 등에 비롯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일본의 교과서 역사왜곡 사건에 관하여 외교부와 교육부 책임자는 사퇴할 각오로 나서 완벽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 동안 역사교과서대책반은또 무슨 대책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이번 기회를 빌어 외국에서는 역사학 박사 외의 학위를 따려면 먼저 자기나라 역사시험에 합격하거나 소정의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는사실을 새삼 말해 둔다.
이현희교수 성신여대 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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