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맥’의중요성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시 ’(關係)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인의 인맥과 중국인의 ‘??시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모르겠다.한국에서 ‘인맥’의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서 엮어진 ‘준가족’식의 인간관계이다.
같은 족보,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이유만으로도 쉽게 친해지고 서로 도와주는 ‘선천적인’ 관계이다.
이런 인간관계의 망(網)에 들어가면 정해진 규칙이 있다. 나이 많은 사람, 학교먼저 들어간 사람이 선배이고, 형이다.
그들이 후배들을 타이르고 도와줘야 되고 반대로 후배들이 그들을 따라야 된다. 한 두 살 밖에 차이가 안나고 경험도 고민도 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누가 누구의 형을 하고 누가 누구의 아우를 하는 것이 나 같은 외국인한테 소꿉장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 규칙을 잘 지켜 성공하는데 필요한 자산으로 활용한다.
이와 비교할 때중국인의 ‘??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많다.
어디 출신이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사람을알기 전에는 경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된다(防人之心不可無)”며 늘 경계하고 또한 “바람이 강할 때라야 어느 풀이 끈기가 있는지 알게 되고 세월이흐른 후에야 인심이 보인다(急風知勁草,日久見人心)”라는 옛 가르침도 있어서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의 행동을 오래 지켜본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열어준다.바로 이런 차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에게 다가가기가 어렵다고 느끼게 된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중국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다 알고 있지만 중국 사람이 더 공을 들여서 만들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은 두 나라의 유학생들을 보면 알게 된다. 한국 유학생들은 처음 외국에 갈 때 항상 뭉쳐서 다닌다.
특히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 즉시 친해지고 자기가 의지할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동안 지나면 이런 저런 일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중국학생들은 사소한 일 때문에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작은 일에서 참고, 친구 한 명 더 가지게 된 것은 언젠가 큰 도움이 될 지 모르고,또한 아무리 자기한테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사정이 바뀔 지 모른다는 생각을 중국 사람은 늘 가지고 있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중국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도와주려고 한다. 상대방이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면 필히 “물 한 방울의 은혜를 받고 나서 샘물 하나로 보답할 것(滴水之恩, 涌泉相報)”이라고 믿고 잠시 손해를 봄으로써 ‘외상’을 한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상대방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때 당당하게 요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한국 사람들이 훗날을 생각하는 ‘외상’을 하는 경우가 적다.
한국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때 “맛있는 밥을 사줄 테니까 이거 좀 도와줘라”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을 수없이 들었는데도 아직 너무 귀에 거슬린다. 마치 내가밥을 얻어먹기 위하여 도와주는 것 같이 들린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부탁하기 오래 전부터 부탁할 준비를 하고 한번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면 다시 신임을얻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사람은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천박하다. 중국 사람은 좋게 말하면 안목이 길고 나쁘게 말하면 엉큼하다.
아무튼‘인맥’이든 ‘??시’든 부작용이 많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인정보다는 합리를 중시하는 풍토가 확립되기를 바란다.
왕샤오링 경희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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