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정부가 교토(京都)의정서 탈퇴 선언에 이어 5년전 서명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으로부터 탈퇴를 추진하고 나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미 정부의 CTBT 폐기 움직임은 독자적인 핵 전력 감축과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 협정의 틀에서 이루어졌던 과거의 핵 관련 국제협정이나 조약를 사문화시키겠다는 강성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7일 부시 대통령이 상원에 상정된 CTBT 비준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부결되도록 유도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996년 유엔의 CTBT 결의안 채택 직후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과 함께 1차로 서명한뒤 비준을 미뤄오다 1999년 상원에 상정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비준안이 부결됐었다.
이 신문은 국무부 법률자문팀이 CTBT 비준안이 상원으로 넘어간 이상 대통령 직권으로 비준안을 철회시킬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비준안을 상원에서 자연소멸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 상원은 여소야대이나 조약비준안 통과에는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만큼 공화당 단독으로 부결시킬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20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 정상회담에서 CTBT에 대한 이 같은 미 정부의 방침을 통고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의 CTBT 폐기 방침은 이 조약이 MD배치와 핵무기 감축에 걸림돌이 되며, 다른나라의 핵무기 생산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공화당의 당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CTBT는 현재 161개국이 서명하고 77개국이 비준했지만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개발 능력이 있는 44개국이 비준해야 한다는 발효요건을 채우지 못해 문서로만 존재하고 있는 상태다.
국제사회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핵보유, 핵개발 가능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 등 13개국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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