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선언하면서 첫째, 북한의 핵 활동과 관련한제네바 합의 이행개선.둘째, 북한의 미사일에 관한 검증가능한 규제및 수출 금지. 셋째, 보다덜 위협적인 재래식 군비태세 등3가지 의제에 중점을두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미국의 대화재개 선언은 우리 정부로서는 가뭄 뒤의 단비와같이 반가운 것임에 틀림없다.
지난 3월 8일김대중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표시한 후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마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할 때만은아니다. 오랜 침묵끝에 나온 북한의공식성명은 예상했던 대로 미국의재래식 무기 감축 요구는결코 받아들일 수없으며 주한미군의 철수가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이 반대할 것을 뻔히알면서 왜 재래식 무기 문제를 협상의제로 선택했을까. 첫째,미국으로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역할 분담론이 부담이됐을 가능성이 크다.
즉핵은 미국이 주도하고, 재래식 무기는 남북간에 해결한다는 김대통령의 주장이 혹시라도 3만 7,000명을 주둔시킨 미국의 사활적 이익에 배치될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을 수 있다.
둘째,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에대해 미사일 문제의 해결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구상하는 신안보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거나 지상군을 상당부분 감축할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라고도 볼 수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정부로서는 재래식 무기의 감축 문제가 북미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한국의 주도를 인정해줄 것을 요청한 바있다.
최근 미국을방문한 김동신 국방장관도 미국의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체니 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이 남북간의 재래식 군비통제를 주도한다고 해서과연 북미간의 해결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데 고민이 있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재래식 무기 감축문제를 논하기 앞서 21세기 국방비전을 확고하게 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동북아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군의구조와 역할 그리고 한미 동맹관계를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종합적인 국방계획 아래 전력정비사업도 이루어져야 하고,군비통제에 대한 절차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전력증강에 대한 강력한의지와 실천 가능성을 실제로 보여줄 때만이 북한은 물론 중국과일본, 러시아 등주변 강대국들도 지역 차원에서의 군비통제 필요성을 실감하게 될것이다.
따라서 해군과공군의 현대화를 통해장거리 작전능력을 갖추고, 육군을 정예 첨단 기술군으로 재편하는 등 선진국방의 비전을 세우는것이 먼저 해결해야 될 과제다.
안보에 관한우리의 지평이 단순히남북관계에 급급해서도 안될 것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들의 패권경쟁이 가속화하는 현실에서향후 우리의 이익을지킬만한 군의 핵심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무리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군비통제를 강조하면서 지상군의 역할을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상군은 방위력의 주력으로서 전쟁수행의 주체이자 영토방위 및거부적 결전의 주도세력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상군의 전력을 기술집약형으로 시급히 전환하고 결정적 타격능력을 보강해 나갈 때 북한도 군비통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한 철저한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재래식 무기 협상의 시도는 우리의 안보를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것이다.
군사력 강화를 위한철저한 노력없이 군비축소를 조기에 실천하고자 하는 성급한 주장들이 갖는 위험성을 경계하며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재래식 무기 협상에 관한 복안이 무엇인지 묻고싶다.
홍규덕교수 숙명여대 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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