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의 미국 방문이 뜨거운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황씨를 초청한 미 의회 일부 보수 강경파 의원들이 다소 고압적인 자세로 이를 관철하려고 하는데 대해 정부는 황씨의 신변안전에대한 미국정부의 확고한 대책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결론부터 말해 황씨 방미문제는 여건이 합당하다면 못 보낼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3월 방미 때 신변안전 등 여건이 허락하면 허용할 뜻이 있음을밝힌바 있다. 하지만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이 행정부의 황씨 신변에 대한 아무런 담보도 없이 불쑥 보좌관을 보내 황씨를 오는 20일까지 미국으로 데려 가겠다는 통고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한국이 미국의 종속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이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 일행의 미국망명시 우리에게 어떤 협조를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대답은 자명하다.
황씨는 귀순한 우리국민이자 북한의 테러 극에 노출된 특이 신분이다. 정부 대 정부간의 협의도 없이 미 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요청한다고 황씨를 무작정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황씨의 방미허가를 촉구하면서 정치 쟁점화하는 야당의 태도다. 야당으로부터 초당적 지원을 어렵게 만든 여권의 내정실패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외교문제에 관한한 야당도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옳다.
미 행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미 의회 일부의원의 장단에 맞춰 황씨를 보내야 한다는 논리는주권국가의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는 분명 아니다.
정부가 신변보호를 강하게 내세우는배경에는 황씨 발언이 몰고 올 파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 때문인 듯 하다.
황씨는 그간 몇 차례 자신의 생각을 바꾼 바 있다. 97년망명 당시 황씨는 “남한에서도 전쟁준비를 하는 것만이 북한의 무력통일 야욕을 꺾는 길이며, 식량 지원은 북한정권만 오래 버티게 해 줄 뿐”이라고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98년 5월7일 서울 체류1주년 회견에선 “전쟁을 막는 방법으로는 궁한 쥐(북한)가 고양이(남한)를물지 않게 식량이나 의약품을 지원하는 방법과 북한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들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꾼 바 있다.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정부의 우려대로 황씨의 말이 남북관계에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한다면 이야 말로 피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6ㆍ15선언이겨우 살려놓은 화해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황씨 문제는 심사숙고 돼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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