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의 신과 영웅들이 한국을 찾는다.훗날 싸움을 기약하며 잠시휴식을 취한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도 있고, 성숙하고 풍만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있다. 돈 자루와 뱀 문양 지팡이를 든 상업의 신 헤르메스도당당한 자세를 뽐낸다.6일~9월30일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리는 ‘제우스에서 헤라클레스까지-그리스ㆍ로마 신화전’은신화 속 신과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기획전이다.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제작된 대리석상, 청동상,항아리, 프레스코화(회칠을 한 마르지 않은 벽면에 물감으로 그린 벽화) 150점을 모았다. 이탈리아 나폴리 국립고 고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로 복제품한 점 없는 국보급 진품들이다.
전시는 신화의 흐름에 맞춰‘천지창조’ ‘올림포스 12신’ ‘영웅과 괴물들’ 등 3부로 이뤄진다.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자르고 세계의 지배권을 차지한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에서부터,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죽인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까지. 전시기획사 ㈜지에프(대표이사 권오성)가 유물 수송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전부 책임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원전 2세기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 재임 때 제작된 대리석상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높이 185㎝의 이 조각상은 왼쪽 젖가슴을 오른손으로 가린 아프로디테와 비둘기를 가슴에 쥔 곱슬머리에로스를 지금이라도 움직일 듯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돌고래 등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에로스의 운동감이 압권이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그리스 항아리도 눈길을 끈다. 기원전 350년께 제작된 높이57㎝, 지름 27.3㎝의 항아리에는 장발의 젊은 헤라클레스와 월계관을 쓴 아폴론, 샌들을 신고 헬멧을 쓴 투사 아테나가 새겨져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귀한 손님에게 선물로 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리석 조각 ‘휴식 중인 헤라클레스’(서기 2세기ㆍ높이 150㎝)는 휴식을 취하면서도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한 헤라클레스의 얼굴을 강렬하게 묘사했다.
이밖에 청동조각 ‘헤르메스’(서기 1세기ㆍ높이 15.5㎝), 프레스코화 ‘3미신(美神)’(서기1세기ㆍ세로 52㎝, 가로 43㎝), 대리석 부조 ‘디오니소스제(祭)의 행렬’(기원전 4세기ㆍ세로 68.1㎝, 가로 114㎝) 등이 전시된다.
전시품은 모두 보험에 가입했고 전체 보험가는 500억원이다. 지난 달 29일 추락사고가발생할 경우 유물의 절반이라도 구하기 위해 비행기 2편으로 나눠 국내에 들여왔다. 8월 6일, 9월 3일 휴관. (02)548-5393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