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와 국정운영 실패로 탄핵을 눈앞에 둔 압두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바하루딘 로파(66)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더욱 궁지에 몰렸다.로파 총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이 대사로 재직했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야드를 방문중 심장 발작을 일으켜 수술을 받았으나 3일 오후 숨졌다.
6월 초 개각에서 검찰 총수에 기용된 로파 총장은 와히드 대통령의 지시로 아크바르 탄중 국회의장, 민주투쟁당 원로 아리핀 파니고로 의원 등 탄핵절차를 주도해온 정계 거물들의 부패 혐의를 내사해왔다. 이를 통해 ‘정적’들을 압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와히드 대통령의 계산이었다.
와히드는 3일 로파가 쓰러지자 수파르만 검찰차장을 총장 대행으로 긴급 임명했다. 정적들에 대한 부패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그러나 내달 1일 열리는 국민협의회(MPR)의 탄핵 청문회를 피하기 위한 와히드의 희망은 사라져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와히드는 앞서 2일 정치적 타협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 비상사태 선포 및 조기총선 실시를 시사하는 등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최대 정당 민주투쟁당, 제2당 골카르당 등 주요 정당들은 이미 그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벌써 내각 인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알리하르디 키아이데마크 MPR 특별위원장은 3일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특별총회를 예정대로 내달 1일부터 1주일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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