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성계의 최대 숙원사업은 ‘호주제 폐지’. 또다른 현안인 모성보호법은 지난달 국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처리 가닥이 잡힌 상태다.호주제 폐지문제는 뿌리깊은 유교적 정서의 벽에 번번히 막혀왔으나 올들어 눈에 띄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3월말 서울지법 서부, 북부지원이 “민법상 호주제 관련조항(778, 781조)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잇따라 위헌심판을 제청한 것이 계기. 이에 따라 가정법률상담소, 여성단체연합,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등 130여개 단체는 호주제 폐지 홍보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여성계 주장의 골자는 호주제가 여성차별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함으로써 남녀평등사회구현에 대표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호주승계순위를 아들-손자-딸-처-어머니의 순으로 정해 남성이 모든 여성에 우선하는 것으로 전제, ▦혼인시 여성은 무조건 남편 호적에 입적되고 ▦자녀도 아버지를 알 수 없을 때만 모가(母家)에 입적할수 있으며 ▦여성이 이혼해 자녀를 맡아 키우거나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더라도 자녀는 아버지의 호적에 남도록 하는 규정 등이 여성계가 지적하는 문제조항들이다.
호주제는 일제강점기인1915년 천황제적 가족관에 의한 국민통제수단으로 도입됐으나 정작 일본은 48년 이 제도를 폐지했고, 북한도 55년 호주제와 호적을 없앴다.
최근 전국 성인남녀3,107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여성개발원 조사에서 남성 절반과 여성의 76%가 ‘호주승계는 성(性)에 관계없이 연장자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이혼한 부부의 자녀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호적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남성 66%, 여성 57%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상당수남성들이 완전 폐지에는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 호주제를 문서화한 호적을 ‘작은 족보’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아 자칫 호주제 폐지와 함께가문도 사라진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여성개발원 김양희(金良熙) 수석연구위원은 “호적은 행정문서일 뿐, 족보가 아니다”라며 “부부중심의 호적제 등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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