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사태를 둘러싼 한화와 대림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던 여천NCC 파업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여천NCC 노조 관계자는4일 “지난 달 17일 파업을 유보하고 조업에 복귀한 후 회사측과 교섭을 가지려 했지만 한화와 대림간 사사(使使)갈등으로 협상팀 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파업 유보 시한인 9일까지 만족할 만한 협상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재개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천NCC 노조는 파업 34일째이던 지난달 17일 대림산업 이준용(李埈鎔) 회장의 설득으로 파업을 9일까지 3주간 유보키로 하고 조업에 복귀했다.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의국내 기업간 첫 자율빅딜로 1999년말 설립된 여천NCC는 노사분규 해결방식을 놓고 빚어진 한화와 대림의 경영갈등이 오너간 감정대립으로 번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양 사간 갈등 해소를 위해 대림그룹 이 회장과 한화그룹 박종석(朴鍾奭) 부회장이 3일 만났지만 이 회장은 여천NCC 파업사태의 후속처리방안에 관한 자신의 역할을강조한 반면, 한화측은 이 회장의 돌발적인 사태개입과 호소문 발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등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대림 이 회장이 신문광고를 통해 김승연(金昇淵) 회장과의 면담을 공개 요청해온데 대해 “여천NCC는 독립법인이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이 협의해 해결할 일”이라며“당분간 양사 회장이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한화측 공동대표인 이상철(李相哲) 부사장
(공장장)은 대림측 공동대표인서울 본사 김당배사장에게 노ㆍ사 협상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달여천NCC 파업 장기화로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림 이회장이 노조와 직접 담판을 벌인데 대해 한화측이 “양사간빅딜 합의내용과 전문경영인들에게 위임된 경영권을 무시했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지난 달 2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한화측이 대림의 평화적 파업해결 노력을 돕지는 못할 망정 대림과 노조간의 이면합의설을 흘리면서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김 회장과의 접촉이 어렵자 3일자 신문광고를 통해 공개면담을 요청하면서 오너간 감정대립으로 비화됐다.
노사문제 대응에 있어서한화가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며 강경 노선인 반면 대림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입장이어서 여천 NCC를 둘러싼 양측의 경영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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