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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무역戰 '일촉즉발'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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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무역戰 '일촉즉발' 조짐

입력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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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기업합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하니웰의 합병 시도가 9개월 만에 수포로 돌아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3일 만장일치로 합병을 불허하자 하니웰이 회장을 경질하고 GE는 법적 대응을 고려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또 반독점 규제에 대한 상이한 접근에서 비롯된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자유시장 질서에 어긋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EU간에 ‘경제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독점을 둘러싼 시각차

두 기업의 합병이 무산된 것은 반독점에 대한 미국과 EU의 접근방식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 이번 합병 무산이 국제항공산업이라는 동일한 시장에서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EU가 이번 합병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은 유럽에서 일단 합병이 승인된 후에는 시장 논리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규제 방법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허가를 얻은 거래에 대해서도 사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신문은 이와 함께 몇몇 미국 항공사들이 GE에 대해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이번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GE 같은 막강한 회사를 상대로 독점 움직임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뒤에서는 EU의 합병조사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결정적인 증거들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미국이 소비자들의 이익을 우선하는데 비해 유럽은 경쟁자들의 입장을 고려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EU를 간접으로 비난했다.

양사의 합병 무산으로 하니웰은 부진한 사업 부분을 정리할 기회를 잃어 경영이 더욱 악화했다. 하니웰은 3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 결렬의 책임을 물어 마이클 본시뇨르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퇴진시키고 은퇴했던 로런스 보시디 전임 회장을 복귀시켰다.

또 20세기 최고 경영인으로 꼽히던 잭 웰치 GE 회장도 ‘잘못된 계산’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으며 불명예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 GE는 EU의 결정에 대해 법원에 이의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응과 전망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했던 미국 정부와 의회는 강력한 보복을 검토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유럽과 빚어졌던 바나나 분쟁 관련 보복 관세를 최근 해제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한 직후라 더욱 분노하고 있다.

미 상원 항공소위원회의 제이 록펠러 민주당 의원은 유럽 기업들의 합병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필 그램 공화당 상원의원은 스위스 네슬레가 미국의 랠스톤 퓨리나를 합병하려는 것에 대해 세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미국은 8일 로마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번 결정이 미국 기업끼리의 문제에 대한 간섭이라며 강력히 항의할 예정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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