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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에볼루션'

입력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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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의 FBI 요원, 멀더와 스털링이 미지의 우주 동식물을 발견하게 됐다면? 1984년 ‘고스트버스터’로 코믹 SF영화의 시장가능성을 확인시켰던 이반 라이트만 감독. ‘에볼루션(Evolution, 진화)’ 에서는 외계 생물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데이비드 듀코브니는 삼류대학 교수인 이라 캐인으로 나온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생물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X-파일’ 에서 직감으로 우주를 감지했다면, 이번에는 현미경을 통해서다. 비교적 명석하지만 ‘과거’ 가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비록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한니발’ 에서 스털링으로 나왔던 줄리안 무어는 군 소속 지질학자 알리슨 리드.

과학적 판단 능력은 냉철하지만 툭 하면 넘어져 속옷이 보이거나 문에 곧잘 부딪치는 덜렁거리는 성격이다.

DNA구조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파충류로, 다시 영장류로 진화를 거듭, 미국을단 4일내 정복하려는 우주 생물체를 ‘비듬 샴푸’ 로 멸종시키는 구도는진공 청소기로 유령을 빨아들이는 ‘고스트 버스터즈’ 처럼 단순 명쾌하다.

물개와 개의 교배종처럼 생긴 우주 동물의 입에서 ‘에일리언’처럼 생긴 포악한 동물이 튀어 나와 공격하는 장면이나 거미와 게의 합성체 같은 다양한이종 생물을 보는 ‘잔재미’ 가 적지 않다.

그러나 CG와 엄청난 폭파장면 등 많은 물량이 투입됐지만, 블록버스터로서의 재미는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 보다 조연의 연기가 차라리 눈에 띄고, 이종 괴물의 시각적 효과도 경이로운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주 생물에 대한접근과 지구인과의 대결 구도가 어느 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오락 영화를 만들려면 생각이 얼마나 많아야 하는 지를 입증하는 영화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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