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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구조조정 3박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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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구조조정 3박자 맞았다

입력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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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 벽산건설, 넥센타이어, 대경특수강, 한국전기초자, 진도….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맞으면서 숱한 기업들이 경영난으로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 결과 이들 기업에는 두 종류의 티켓이 쥐어졌다.

천당행과 지옥행.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정상 궤도에 들어선 기업이 있는 가 하면 뼈를 깎는 회생 노력에도 불구, 끝내 나락의 길로 떨어진 기업들도 적지 않다.

무엇이 이들 기업의 사활을 갈라놓았을까. 흔히 구조조정을 3바퀴로 가는 자동차에 비유한다. 최고경영자와 직원, 채권단 등 세가지 바퀴중 어느 하나라도 곁길로 달리면 구조조정 자동차는 멈춰서고 만다.

◆CEO가 바뀌어야 회사가 산다

‘캔낫 서바이브(cannot surviveㆍ생존불가).’

1997년 말 대우계열사였던 한국전기초자에 내려졌던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의 사망선고였다. 1,000%가 넘는 부채비율에다 77일간의 장기 노사분규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던 이 회사는 서두칠(徐斗七ㆍ62)사장 취임 3년 만에 차입금 제로에 상장기업 중 영업이익률 1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혁신의 혁(革)자는 가죽입니다.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없이 혁신은 불가능합니다.” 서 사장 스스로 혁신의 선봉에 섰다. 그는 취임 후 3개월 동안 새벽 3시, 오전 9시, 오후 5시 등 3번씩생산라인을 돌았다.

그리고 3년 동안 과장 이상 전 관리자와 함께 하루의 휴일과 휴가도 없이 회사를 지켰다. 서 사장의 솔선수범에 감동한 생산직원들은 1시간 근무 후에 주어지던 30분 휴식 시간을 기꺼이 반납했다. ‘2시간 근무, 10분 휴식’은 생산라인의 혁신을 일구어냈다.

만년 적자기업이었던 옛 우성타이어(현 넥센타이어)가 초우량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도 CEO의 존재가 돋보인다.

이규상(李圭商ㆍ54) 사장은9 9년 초 우성타이어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직후 안면도 없는 한 시중은행의 외국인 부행장을 상대로 즉석에서 500억원을 빌리는 배짱을 발휘, 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매 분기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어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유리알처럼 공개, 노사 신뢰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재무제표 시험을 정기적으로 실시, 직원 머리에 ‘이윤’ 마인드를 각인시켰다.

무사안일과 고용불안이 팽배했던 생산과 영업현장에는 독립경영 소사장제와 직원중시 경영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불어넣었다.

◆기적은 근로자가 만든다

“회사가 좋아지면꼭 다시 만납시다.”

98년 여름 워크아웃 직후 벽산건설 직원 244명이 명예퇴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당초 채권단에게 내건 목표 128명의 두배에가까운 숫자.

남아있는 이들은 떠나는 이들을 위해 상여금을 전액 반납하면서 이런 약속을 했다. 벽산건설은 최근 워크아웃 조기 졸업 권고를 받을정도로 회사 사정이 좋아졌다. 이 회사 양형승(梁炯承ㆍ43) 노조위원장은 “당초 약속했던 대로 회사를 위해 떠났던 동료들을 다시 불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면 무슨 일이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전자 이병균(李炳均ㆍ44) 노조위원장의 다짐이다. 95년부터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있는 그는 1만명이 넘는 직원을 5,800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직접 노조원들의 용퇴를 설득하는 ‘총대’를 멨다.

대우전자는 1인당 1일 생산량이 99년 2.1대에서 올해 6.1대로 늘어나면서 올 1분기 16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직원들의 고군분투와 인내가회사 정상화에 토대가 된 것이다.

구조조정 성공 기업의 공통점은 노조가 ‘붉은 띠’를 매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업 조치를 권고받은 신호유화는 최근 4년간 단 한번의 노사분쟁도 없었다. 근로자의 고용은 경영진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보장받는다는 시장원리를 깨달은 결과다.

◆채권단도 이기주의를 버렸다

5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서울은행 본점. 채권단은 진도에 대해 워크아웃 중단 결정을 내렸다.98년 7월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106번째 회의 만에 내린 결론이다.

그동안 42개 채권기관은 자기 앞가림만 하며 주판알을 튕기노라 신규 자금 지원 결정이 번번히 무산됐다. 그 결과 진도의 경영상황은 갈수록 악화됐고 그나마 좀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 버리고 말았다.

부실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정확한 진단과 아낌없는 지원은 기업구조조정의 필수적 밑거름이다.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업 후보로 선정된 남광토건의경우 채권단의 과감한 채무조정이 구조조정의 성공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남광토건 채권단은 99년 2월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한 뒤 1,084억원을 출자전환 해주는 등 신속한 채무조정을 단행했다.

기업구조조정협약운영위원회 이성규(李星圭) 사무국장은 “주채권은행이 회사의 갱생을 통해 자산가치를 높이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다른 채권금융기관을이끌지 않으면 어떤 회사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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