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Volvo)의 나라, 프리섹스의 천국, 아바(Abba:1970년대 인기그룹)의 고향. 그러나 더 이상스웨덴은 이렇게 일컬어지지 않는다.21세기 스웨덴이 꿈꾸는 세상은 ‘와이어리스랜드(Wireless land)’, 즉 ‘무선통신의 세계’다.
스웨덴은 현재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국가다. IT평가기관인 IDC/WorldTimes의 국가별 IT종합점수집계에서 지난해 스웨덴은 5,062점을 얻어 미국(2위:5,041점) 일본(10위:4,093) 영국(3,807) 독일(13위:3,558점)을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한국은 2,931점으로 22위).
인구의 절반이상이 PC를 보유하고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4명 중 3명은 휴대폰을 갖고 있다. 3명 중 1명은 은행업무를 창구 아닌 인터넷으로 취급한다.
국가 전체인구가 서울 시민수보다도 적은 880만명에 불과한 인구소국(小國)이지만, 21세기의 화두인 IT와 모바일(Mobile)에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강국이 된 것이다.
스웨덴의 ‘와이어리스혁명’ 중심엔 ‘시스타(Kista) 사이언스 파크’가 있다. ‘와이어리스 밸리’로불리는 시스타는 실리콘 밸리에 이어 세계 랭킹 2위, 유럽 최대로 등록된 첨단 과학기술단지다.
스톡홀름 북서부 인근200만㎡ 대지위에 위치한 시스타는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인텔 휴럿패커드 노키아애플 등 세계 700여개 첨단 IT업체의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은 연구인력만 2만7,000명, 이들이 보유한 세계 1등 기술은 무려350여종이나 된다.
노키아 스웨덴법인의 키모 오율바 사장은 “시스타를 보면 왜 하이테크 기업들이 스웨덴으로 오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평했다.
1970년대 초까지 군사 야적장이던 시스타를 세계적 첨단 산업단지로 변모시킨 것은 정부 아닌 기업이었다. 스웨덴의간판통신업체인 에릭슨과 IBM이 연구소를 설립하자,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입주했고 스웨덴 정부는 이 곳으로 스웨덴 왕립공대(KTH)와 스톡홀름대학의 정보통신 관련학과를 이전시키는 동시에 정보통신대학을 설립했다.
굳이 임대료나 세금을 깎아주지는 않았지만, 과학과 기술이 있는 곳이면 기업은 찾아왔다.시스타의 마케팅 매니저인 마티아스 배크만씨는 “시스타의 성공비결은 완벽한 산(産)ㆍ학(學)협력체제에 있다.
대학에서 배출된 우수인력과 우수기술이 기업경영에 곧바로 활용됨으로써 서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웨덴은 시스타를 중심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1%를 투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IT와 통신투자(8%)역시 세계 최고였다. IBM이나 인텔은 미국기업이지만, 시스타에 있는 한 스웨덴 경제의 주체다. 전문가들은 시스타, 그리고 스웨덴이 적어도 향후10년간은 세계 무선통신 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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