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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 누구나 피할수 없는 노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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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 누구나 피할수 없는 노년기

입력
200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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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저물며 더 빛난다"얼마 전부터 진료실에서 ‘할아버지 의사’라는 호칭을듣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거울을 보며 희끗희끗한 머리와 주름의 깊이를 재어보며 내가 벌써 할아버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가되었나 싶어 찬찬히 뜯어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중년기를 가장 생산적인 시기로보는 반면 노년기를 쇠퇴의 시기로 본다. 몸매는 보기 싫어지고, 체력과 건강은 사라지고, 배우자와 친구도 잃고, 사회적 지위도 상실하는 어쩔 수없이 ‘쓸모 없는’ 인간이 되어가는 시기라고 느낀다.

10대에는 20대를 꿈꾸며 살고, 20대는 정신없이 지내다 30대부터는 ‘2년, 5년만 젊었어도’ 라고 생각하다40대부터는 ‘10년만 젊었어도’ 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종종 하곤 한다.

그런데 좀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삶의 지혜와 연륜이늘어나기 때문에 20년 전보다는 10년 전이 더 재미있었고, 10년 전보다는 현재가 더 보람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면 늙어간다는것이 한없이 서글픈 일만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나이 들어가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을것이고 나 역시 ‘할아버지 의사’라고 불리는 것이 어쩐지 아직은 싫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앞으로 서서히 그 말에 익숙해지리라는 것을. 단지10년 후에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60대가 되고 보니 50대였을 때보다 더 좋다고.

어느덧 지금 나는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여유를가져 각박하지 않고, 공평할 줄 알고, 남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도울 줄 알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실행하려고 노력하다보면 할아버지 다운 할아버지의사가 되지 않겠는가.

누구나 노년기는 피할 수 없고 우리 모두가 그 곳으로가고 있다. 그 과정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어 바다를 곱게 물들이는 저녁 해처럼 저물면서 더 빛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또한 그 얼마나 멋진 삶이겠는가.

황지우 시인의 두 줄짜리 시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떠오른다.‘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 눈으로 맹하게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홍성도 교수 /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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