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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관람기 / 오늘도 뉴욕은 유령에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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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관람기 / 오늘도 뉴욕은 유령에 홀린다

입력
200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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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여름이 ‘유령’에 잠식됐다.유명한 백색 마스크가 찍힌 갖가지연관 상품(tie-in)의 행진, 주옥 같은 아리아 선율, 공연 네댓 시간 전부터 44번가 머제스틱 극장 앞에 족히 50여 명은 늘어서는 예약표구매 행렬….

85달러가 제공하는 2시간 30분의완벽한 환상에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은 몸과 마음을 맡긴다. 인터넷, 3D 게임, DVD 등 각종 첨단 오락 매체는 뜨거운 현장성 앞에서 패배를 인정하지않을 수 없다.

“경매 번호 666번. 부서진 샹들리에입니다.여러분들 대부분 ‘오페라의 유령’에 얽힌 기괴한 소문을 기억하시겠죠.

아직도 그 수수께끼는 모두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자, 이것이 그때 세상을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샹들리에입니다.” 경매인의 과장된 몸짓이 커질수록 극장은 기괴한 공포감으로 조여든다.

이어 1, 2층 1,559석을 가득메운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비명. 화려한 샹들리에로부터 백열이 뿜어져 나온 순간, 샹들리에가 6개의 쇠줄에 묶여 높이 30㎙의 천정으로 기우뚱거리며 느릿느릿 솟아 오른다. 저러다 떨어지지나 않을까.

객석 맨앞 오케스트라 피트에 자리잡은26인조 클래식 악단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음울한 포르티시모로 변주한다. 귀에익은 테마가 장중한 록으로 터져 나오자, 관객은 이제사 가슴을 쓸어 내릴 여유를 되찾는다.

브로드웨이는 옳았다. 첨단 기술의무대 메커니즘으로 환상을 극대화하는 2시간 30분 동안의 무대 마술이 한여름을 납치했다.

브로드웨이의 마술은 1905년 파리 오페라하우스 경매장에서출발, 그로부터 수십년 전의 슬픈 이야기 속으로 관객의 감각과 의식을 죄었다 풀어 간다.

화상으로 얼굴 반쪽이 흉측하게 일그러진오페라의 별, 예술을 위해 몰골의 마스터에게 영혼의 사랑을 바치는 프리마 돈나 크리스틴, 그녀를 연모하는 미남의 귀족 청년 라울. 생과 사를 넘나드는운명의 삼각관계에 무더위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을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각색, 현재까지 뉴욕서만 800만이 관람했다(공연 수익금 4억 2,500만 달러). 공연은 오후 8시 시작,10분의 휴식을 거쳐 10시 30분에 모두 끝났다.

이 뮤지컬의 한국 초연을 앞두고한국 취재진을 위해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틴 역의 리사 브로만은 “브로드웨이 작품에서 여자에게 이렇게 많은 비중을 둔 작품은 없었다”며 경쟁률 600대 1의 오디션을 거쳐5년째 출연 중인 기쁨을 이야기했다.

■12월 한국 초연-장비 공수·美 스태프 35명 직접지휘

‘오페라의 유령’은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제미로(대표설도윤)와 RUG의 합작으로 12월 1일 LG 아트센터에서의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1986년 런던 초연, 1988년 브로드웨이 입성 이후세계 14번째다.

최대의 관건은 스펙터클의 완성도.국내 공연에서는 연출가를 포함해 의상, 무대, 분장, 조명, 기술 등 전부문 스태프 35명이 국내에 체류해 제작 전반을 감독한다. 국내 뮤지컬사상 유례 없던 직접 전수 방식이다.

이를 위해 관련 장비와 소품 등 무대기술력이 충격방지 특수 컨테이너 28개에 선적돼 10월 8일부터 국내극장으로 입방식을 갖는다.

LG아트센터 무대기술팀장 박영철씨는“샹들리에 추락 기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신속한 장면 전환, 팬텀이 호수를 건널 때 촛불이 올라오는 장면, 팬텀이 사라졌다 솟아 오르는 대목에서의 스프링 장치 등 그들의 비밀 노하우를 현장에서 확인해 국내 공연의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브로드웨이팀의 백스테이지공개 당시 비디오 촬영 등으로 무대 메커니즘을 샅샅이 담아 왔다.

국내 제작사측은 “100억 원의 제작비, 7개월 장기 공연 신기록등으로 국내 공연계에 변혁을 몰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5월 14~17일 제1차 오디션에서 응모자 280명중 40명을 뽑아 둔 제미로는 6~8일 최종 출연자 36명을 추려내는 2차 오디션을 실시할 계획이다.

뉴욕=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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