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문학평론가 김미현(36)씨가 첫 평론집 ‘판도라상자 속의 문학’(민음사 발행)을 묶어냈다. 95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계간 ‘세계의문학’ 편집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그가 주로 90년대 한국문학을 다룬 글들을 모았다.“나의경쟁 상대는 다른 ‘평론’이 아닌 ‘소설’이다.” 그의 이런 말에서 알 수 있듯 김씨는 다른 사람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하는 평론이 아니라, 자신의 글 자체가 문학인평론을 지향한다.
그만큼 그의 글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읽힐 수 있는 평론, 문체가 있는 평론이다.
이런 그의 지향을 뚜렷이 보여주는 글이 이 책에 실린 ‘Shall We Read?- 최근 베스트셀러 소설의 명암’이라는 평론이다.
여기에서 김씨는 소위 대중문학을 아예 무시하는 다른 평론가들과 달리 ‘국화꽃 향기’ ‘가시고기’와 같은 소설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국화꽃향기’는 “주제 선정에서부터 출판사와 작가가 공동작업을 한, 주문 생산된 기획품”이라며베스트셀러의 상품성을 비판한다.
‘가시고기’는 “왜가족이 해체되는가를 진지하게 묻기보다는 ‘가족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원론을 반복함으로써 지배 이데올로기의 강화에이바지하는 소설”로 비판된다.
김씨는 “대중들을 유아기로퇴행시키거나 수동적 자세에 머무르게 하는 문학을 경계해야 한다. 가짜가 위험할 때는 진짜처럼 굴 때가 아니라 진짜로대접받을 때”라며 “문학은 현실을 승화시키는 것이어야지 포기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말한다.
그는 남미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말을 빌어 문학은 팬시상품 같은 패션문학에 저항하면서 ‘불행에맞서 싸우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가장 뛰어난 무기’로서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씨의 평론집에는 이외 90년대 소설의 성과 악마성, 여성 작가들의 독특한 언어를분석한 주제론과 함께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금기와 범기에 대한 욕망, 익숙한것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는 능력”으로 그에 의해 ‘문학 십자군’으로 명명된 일군의소설가들에 대한 작가론과 작품론이 실렸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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