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이란 제재 고수 정책이이란 정부의 유화정책과 서방 국가들의 노골적인 무시 등 양면 협공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이란 관영 IRNA통신은 1일 이란정부와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가 지난 달 30일 10억 달러 규모의 남서부 다크호빈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Eni와 이란석유공사는60대 40의 지분을 갖고 향후 6년간 이 유전을 개발, 하루 16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서방 기업이 이란과 대규모 유전 투자 계획을체결한 것은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이는 이란의 석유산업에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공언해온미국의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달 20일 미 하원국제관계위원회가 8월에 시효가 만료되는 이란-리비아 제재법(ILSA)의 5년 연장을 결의하고, 부시 정부도 이 법안의 2년 연장 방침을 밝힌 가운데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이란은 지난 달 8일 실시된 대선에서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미국을 향해 관개개선을 촉구하며 제재정책을 풀고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이란 정부와 세계 석유업계는 미국의제재 위협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국제 사회는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받아들이지 않고있으며, 이번 계약은 미국의 제재가 실패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제재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또 유럽의 석유 회사들도 부시 정부가무역 전쟁을 무릅쓰면서 제재 조치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1996년 ILSA법이 발효된 이후 실제로 제재를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들 석유 회사는 제재 여부보다는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키로 한 Eni 계약 내용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Eni외에도 일본의컴소시엄 회사가 지난달 25일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석유 회사인 로열 더치/셸과 함께 1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유전인 이란의 아자데간유전을 개발키로 합의하는 등 각국 석유 회사들은 이란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Eni 계약 발표 하루전날인 지난달 29일 “우리는 그 같은 투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으며, 이번 계약이 국내법에 저촉되는 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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