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출판사가 2일 우리 정부가 재수정을 요구한 25개 항 중 5개항 등 모두 9개항을 ‘자율수정’한 것은 말썽의 소지를 줄이면서 교과서 채택을 강행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만드는모임’측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교과서 수정이 한국 정부의 요구를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한국민의 감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고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디까지나 ‘자율’이지 일본 정부의 의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고집했던 부분들을 갑자기 수정하고 나서기까지에는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수정방침이 한국과 중국 양국 정부의 재수정 요구에 대한 문부과학성의 검토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에 나온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외국 정부의 지적에 의한 일본 정부의 수정 명령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는 ‘만드는 모임’의 성명과 “대국적인 견지에서 자율 수정을 취해 검정제도의 취지를 살렸다”는 후쿠다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의 평가는 너무도 앞뒤가 잘 맞는다.
이 같은 태도는 ‘외압에 굴복했다’는 보수진영의 비난을 피하면서 한 달 뒤로 예정된 교과서 채택절차를 순조롭게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만드는 모임’측과 출판사가 일본 정부를 진퇴양난의 형국에서 벗어나도록 해주기 위해 한국의 요구를 ‘상징적’인 수준에서 반영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우리의 국민감정이 선뜻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단우리측을 직접적으로 자극했던 ‘한일합병에 대한 일부의 수용 목소리’와 ‘중국의 속국’ 기술을 고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임나 일본본부설의 기정사실화와 행간에 남은 역사의식, 침략미화 의도 등 논란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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