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문자 언어로 정착한 이래 최다작 문필가는 국문학자 김윤식(서울대 교수)씨일것이다. 아마 그 자신도 하나하나는 꼽지 못할 그의 저서는 100권을 훨씬 넘겼다.그러나 김윤식씨의 다작 기록이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언론학자강준만(전북대 교수)씨가 그의 뒤를 잰 걸음으로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준만씨의 저서는 아직 그 분량이 김윤식씨의 저서에 크게 못 미치지만,20년의 나이 차가 있는 만큼 머지 않아 다작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크다.
강준만씨의 기다란 저서 목록에 책 세 권이 추가됐다. 각국의 언론 상황과 언론매체를 소개한 ‘세계의 대중매체’(인물과사상사 발행)가그것이다.
제1권이 미국 편이고, 제2권은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편이며, 제3권이 유럽 북미 호주 편이다.
흥미로운 것은 제1권이 ‘강준만지음’으로 돼 있는데 반해, 나머지 두 권은 ‘강준만 편저’로돼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 이유를 각 권의 서로 다른 ‘가공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대중매체’는 강준만씨가 전북대학교에서 10여년 동안 강의해온 ‘국제커뮤니케이션’ 과목의 강의 노트가운데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세계 각국의 자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제1권 미국 편은 ‘저서’라고할 수 있을 만큼 푹 익힌 반면, 나머지 두 책은 그러지 못해 ‘편저’라고표기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지속적으로 다듬어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강준만씨 저서들의 많은 부분은 지식인 비판이나 문화 이론에 쏠려 있어 좁은 의미의언론학 교과서라고 할 만한 저작은 많지 않다.
한국 근현대 언론사를 기술한 ‘권력 변환’, 그리고 언론법과 언론윤리를 다룬 ‘대중 매체 법과 윤리’에 이어, ‘세계의대중매체’는 저자가 신문방송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투영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강준만씨는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때 미국 방송사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고 한다. 제1권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방송사’는그 때 관심의 연장인 듯하다.
‘세계의 대중 매체’는 세계 여러 나라의신문, 방송 그리고 부분적으로 영화의 입문서이자 백과사전인 셈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상 그속내를 잘 모르는 것이 현대의 이런 대중매체다.
강준만씨의 저서들이 흔히 그렇듯, ‘세계의 대중 매체’도구김살 없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쓰여져 일반인도 즐겁게 읽을 만하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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