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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헤어지지 말자" 부둥켜 운 길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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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헤어지지 말자" 부둥켜 운 길수형제

입력
2001.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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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소식이 궁금해 한국에 오면서도 기쁨의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어.(길수)” “마음고생 심했지. 이젠 절대 헤어지지 말자.(한길)”지난달 30일 서울에 도착한 탈북 난민 장길수(17)군은 이날 밤 서울 모처에서 전날 입국한 친형 한길(20)씨를 보자 한참 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형 한길씨도 굵은 눈물 줄기만을 쏟아냈다.

불과 8일전 중국에서 “죽어서나 볼수 있을까”라고 울부짖으며 기약없이 서로를 떠나보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형제는 죽음의 공포감을 뒤로 한 채 부둥켜안고 오열을 토해냈다. 길수군은“며칠 전 형이 죽는 꿈을 꾸고 나선 정말 죽은 줄로만 알고 잠을 이루지 못했어.

우리가 이긴거야”라며 붙잡은 한길씨의 두손을 놓을 줄 몰랐다. 형제는 밤새 죽음을 넘나 든 도피 생활을 되새기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길수 형제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앞에 놓고 중국에서 헤어진 것은 지난달 21일.길수 가족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에서 급히 온 문국한(文國韓ㆍ47) 사무국장이 가족 8명에게 ‘유엔행(行)’과 ‘몽골 행’을 놓고 결단을 촉구했다.

5일간의 토론과 고민 끝에20일 비밀투표를 했지만 길수군만 유엔행을 택하고 나머지 7명은 몽골행을 택했다.

결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 숨어 있다 합류한 외조부모 정태준(69)씨와김춘옥(68)씨가 “몸이 아프다”며 유엔 행을 고집,7명은 유엔난민 고등판무관실(UNHCR)로 가기로 결정했지만 한길씨는 끝내 몽골행을 택했다.

구체적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길씨는 길수군 일행보다하루 전인 29일 한국에 도착했다.

한편 길수군 가족은 이날한국 도착 후 간단한 신체검사와 건강검진을 받고 10가족이 모여저녁 식사를 하며 꿈에도 그리던 자유생활을 만끽했다.

1일에는 국정원 등의 합동신문조로부터 탈북 경위와 중국 유엔고등판무관실 농성 경위 등에 대한조사를 받았으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이에 앞서 30일 오후6시15분께 환영객 100여명의 박수 속에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길수군 가족은 죽음의 공포와 피곤이 싹 가신 듯 환하고 생기어린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길수군의 외할머니 김춘옥(68)씨는“이렇게 한국땅을 밟으니까 다시 태어난 것 만 같다”며 감격해했다.

길수군은 보도진이 소감을 묻자 아직 긴장이 덜 풀린 탓인지 마른 입술만 훔쳐댔으나 환영객들에겐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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