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게는 피서가 따로 없다. 피서라는 용어는 사전에만 있을 뿐이다.근무 연한에 관계 없이 모든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연간 14일의 정기 휴가가 주어지고 직종에 따라서는 7~21일 간의 보충 휴가가 허용되지만, 여름철에는 휴가를 낼 수 없다.
북한 당국은 5월부터 7월까지를 ‘농촌동원 전투기간’으로 규정, 주민을 농사일에 총동원한다.
‘농활(農活)’이 곧 피서인 셈이다. 집안사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충성심이 약한 사람’, ‘양심이 없는 사람’으로 찍히기도 한다.
평양 시민도 대동강 뱃놀이나 옥류관 냉면 등으로 더위를 식힐 뿐, 피서를 별도로 갈 수는 없다. 8월에는 앞서 3개월 동안의 농촌동원으로 밀린 직장일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쉴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주민 대부분은 김장과 연탄ㆍ땔나무 마련 등 겨울준비를 위해 추수가 끝나 비교적 한가한 11월과 12월에 휴가를 낸다.
탈북자 김모씨는 “예전에는 각종 단체 별로 여름철 해수욕장이나 계곡으로 가기도 했으나 95년 식량난 이후에는 이 같은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면서 “겨울에 휴가를 얻은 근로자들도 주로 고향 근처로 가 식량을 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반 주민과는 달리 고위 간부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비서 등 중앙당 부장 이상 간부들은 여름철이면 해변가 등 경치 좋은 곳들에 마련된 간부 휴양시설에서 15~20일 정도의 휴가를 보낸다.
북한은 80년대 외화벌이의 일환으로 함흥 마전, 원산 송도원, 남포 등에 외화만 사용하는 해수욕장을 건설했다.
북한은 해수욕장 내에서도 위치 좋은 곳을 ‘외화전용’으로 정하고 일반 해수욕장과 구별해 놓았다.
외화전용 해수욕장에는 유럽식의 아담한 각(閣ㆍ북한에서는 빠넬각이라고 함)을 수십 채 건설해 놓았다.
2층으로 된 빠넬각에는 침실과 욕실 화장실 거실 식당 등이 있고 소파 침대 등 고급 가구들도 구비돼 있다.
빠넬각의 주요 손님은 고위 간부들 이외에 외국인과 외화를 소지한 북송 교포, 대외 부문 종사자 등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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